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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02] 마음의 가책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3-28 14:40:36 ] 클릭: [ ]

“앗…”

종합 실천활동 시간에 애들과 함께 채색 종이를 오리고 자르고 붙이는 과정에서 나는 그만 부주의로 가위에 왼손 식지가 찔리웠다. 깊게 난 상처는 아니지만 새빨간 피가 방울방울 솟아나왔다. 애들은 울상이 되여서 “선생님, 괜찮습니까? 빨리 의무실에 가서 처치하십시오…”라고 하면서 근심어린 어조로 나를 쳐다보았다.

 
필자 김영숙

수업중이라 나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밴드를 붙이려고 교실에 비상용으로 갖추어 두었던 약품상자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학생들과 함께

 

‘아차, 어제 옆 반의 애가 다치는 바람에 약품상자를 빌려주고 가져오지 않았구나’. 나는 애들이 걱정할 가봐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휴지를 돌돌 말아서 손가락에 끼웠다.

“보세요, 인젠 피가 나지 않습니다.”라고 확인시키고 계속 수업을 이어갔다. 그제야 애들은 “휴―” 하고 시름이 놓인다는 표정을 지었다.

휴지를 감은 손가락에서 피가 조금 흘렀지만 애들과 함께 오리고 베고 붙이면서 완성품을 만드는 데 열성을 보였다.

하학종이 울리자 어떤 애들은 널려있던 종이 쪼각들을 깨끗이 정리하는가 하면 어떤 애들은 오구작작 모여서 참새마냥 짹짹 거리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내가 막 교수안과 숙제책들을 정리하고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기려는고 하는데 문득 복도에서 예영이가 헐레벌떡 달려오며 말했다.

“선생님, 아까 벤 상처는 괜찮습니까? 이걸 붙이세요.”라고 하면서 밴드 두개를 나한테 불쑥 내미는 것이였다.

“이건 어디서? ”

“선생님, 제가 방금 의무실에 달려가서 우리 반 선생님이 손을 베여서 밴드를 하나 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두개나 줍데다.”

예영이는 시뚝해하면서 어깨까지 으쓱해보였다. 덤으로 하나를 더 가진 것이 그렇게 기쁜 모양이였다.

‘요놈, 참 약삭빠르기라구야.’

학교에 입학한지 아직 한학기도 되지 않은 어린이가 선생님을 생각하여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삭빠르게 의무실에 다녀올 줄도 알고…

빨갛게 물든 돌돌 만 위생종이를 풀어내자 예영이가 애고사리 같은 손으로 밴드를 붙여주었다. 예영이도 웃고 나도 따라 웃었다. 애들도 덩달아 웃었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사랑의 마음이 담긴 밴드를 보니 마음은 꿀먹은 것처럼 달콤했다.

어린 가슴에 남을 담고 관심하고 사랑할 줄 아는 귀여운 아이들, 나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촉촉해났다. 철없다고만 생각했던 조무래기들이 언제 요렇게 셈이 들었을가? 걸상에 앉는 자세, 책을 읽는 자세, 연필을 잡는 손까지 일일이 규정해주어야 하고 지어 화장실까지 따라가야 했던 애꾸러기들이 따뜻한 봄볕에 파릇파릇 새싹들이 자라듯 야무지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이였다.

며칠전에 있었던 일이 추억의 쪽문을 열고 살그머니 머리속에 맴돌아쳤다. 그날 체육 시간이 끝나자 성우가 머리를 싸쥐고 울면서 교실에 들어섰다. 웬일인가고 물으니 철이가 복도에서 뽈을 찬 것이 자기 머리에 맞혔다는 것이였다. 옆의 몇몇 남학생들도 그렇다고 증명하였다. 다가가 살펴보니 정수리 부근이 약간 빨갛게 부어올라있었다.

학전반 때부터 싸움군 1호라는 별명까지 붙은 말썽꾸러기 철이인지라 나는 아니꼬운 눈길로 바라보면서 “너 친구끼리 이러는 거 아니잖아? 더욱이 복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이렇게 친구한테 큰 상처를 주면 어떡하니?”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철이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며 말했다. 진정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자 나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애들더러 화해의 악수를 하게 하였다.

한차례의 재판을 훌륭하게 끝낸 기분이였다. 금방 학교에 입학한 애들이라 잠간이라도 한눈을 파는 사이에 비일비재로 사고가 일어난다. 필경 자률성이 차한 소학생들이고 움직이기 좋아하는 애들이라 싸우고 부딪치고 상처 입고 화해하고 이러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란다고 생각하면서 이번 일이 이쯤하면 원만하게 끝났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하학하고 애들이 륙속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철이 만은 집으로 돌아갈념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고 물으니 “선생님, 나 억울합니다. 아까 성우한테 내가 뽈을 찬 것이 절대 아닙니다.”라고 하는 것이였다. 본인도 승인하고 옆에 있던 애들도 분명히 증명하였는데 이게 웬 오리발이란 말인가?

”그럼 철이는 왜서 아까 자기가 뽈을 찼다고 승인했나요?”

“애들이 다 내가 뽈을 찼다고 하니 나두 승인했지만… 전 진짜로 아닙니다. 현이가 그랬습니다. 나는 현이가 무서워서 사실 대로 말하지 못했습니다.”

철이는 억울하다면서 엉엉 서럽게 우는 것이였다. 나는 한편으로는 조꼬만 녀석이 수작을 부린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애의 말이 사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여 철이의 마음을 눅잦히고 급급히 학교 촬영실로 향하였다.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돌려보니 철이의 말이 맞았다.

성우가 앞서서 층계를 올라오고 철이와 현이가 뒤에 섰는데 현이가 손에 쥐고 있던 뽈을 뿌리는 장면이 포착되였다.

‘아니, 어쩌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갓 입학한 애들인지라 하얀 백지장같은 동심에 아롱다롱한 칠색 꿈을 수놓아가면 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벌써부터 자기의 잘못을 친구한테 들씌우고 넘기려는 나쁜 습관이 살며시 어린 마음에 움트고 있다고 생각하니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였다. 하마 트면 한 여린 새싹을 무참히 짓밟아버릴 번 했구나.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교실로 향하였다. 아직도 어깨를 들먹이면서 울고 있는 철이한테 다가가 “철이야, 선생님이 널 오해했어. 선생님이 너한테 정말 미안해. 넌 성실하고 훌륭한 애야.”라고 하면서 꼭 껴안아주었다. 어릴 적 마음의 상처는 의외로 골이 깊다. 만약 그 상처를 제때에 철저하게 치유해주지 않는다면 그 애의 앞길에는 항상 불신이라는 단어가 맴돌아 칠 수 있다.

이튿날, 나는 이 일의 자초지종을 전반 애들한테 이야기하고 현이더러 진정으로 성우와 철이한테 사과하게 하였다. 그리고 나도 애들한테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서 사과했다.

“친구들, 어제 선생님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무턱 대고 철이를 비평하였는데 알고 보니 철이가 한 일이 아니였습니다. 선생님은 철이한테 진짜로 너무나 미안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잘못을 저질렀으면 진심으로 승인하고 제때에 고쳐야 합니다. 절대로 마음이 약한 친구한테 떠넘기거나 들씌우면 안됩니다. 우리는 한 한급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는 형제같은 사이이기에 서로 아끼고 보살펴야 합니다. 선생님은 친구들이 꼭 이렇게 하리라 믿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만약 철이가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그애의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어린 철이의 마음속에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상처가 남아있을 것이다. 자신은 늘 애들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자부해온 나였지만 싸움군이란 딱지를 달고 있는 철이를 색안경으로 본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움츠린 모습보다는 자신감과 선생님에 대한 믿음에 찬 철이의 눈빛을 볼 적마다 나는 행복을 느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지식만 주입하는 교원보다 령혼으로 다가서는 진정한 의미의 교원으로 되련다고 마음 먹었다.

좌절 앞에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고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할 줄 알며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인간으로 아이들을 키워가련다.

/ 김영숙 (룡정시북안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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