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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01] 우리의 삶에 리별이 다가올 때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3-26 12:00:28 ] 클릭: [ ]
희붐히 밝아오는 새벽녘의 선잠을 뚫고 선뜻 깨여진 가슴 한 구석으로 예고도 없이 진한 아픔이 밀려온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 짜릿한 아픔이 펌프질을 해대는 심장박동과 함께 혈관을 따라 발끝까지 전달된다.

사랑하는 딸애의 개학날, 행복이 솟아나는 상봉 속에 애잡짤한 리별의 순간은 눈 깜빡 할 사이에 다가온다.

 필자 박미자

“엄마, 왜 그렇게 짜증이 났어?”딸애의 옷은 애 아빠가 사는 터라 솜옷 쪼르래기가 망가진 것도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한 자책, 돈을 절약한다고 일반 티켓을 구매한 딸애에 대한 아쉬움…북받치는 감정이 애한테는 신경질 적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미안하다. 완벽하게 잘 챙겨야 하는데…솜옷도, 두고 온 목도리도…비행기 좌석도 다 마음에 걸려서 그래!”12시간을 달려야 하는 긴 로정이 마음에 걸려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딸애는고생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꼭 끼였던 팔짱을 슬며시 풀고 덤덤한 뒤모습을 보이며 공항 보안 검색대로 향한다.

언뜻언뜻 사람들 틈에 끼여 겉옷을 벗고 안전검사를 받으며 검사구역을 지나는 모습이 눈에 띄이더니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비여진 자리, 목을 빼들고 찾아도 뒤모습을 더는 볼 수 없음을 실감하는 순간, 천천히 발길을 돌려 공항을 빠져나왔다. 왈칵,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든다. 터져나오는 아픔 속에 가슴에 남은 응어리 하나가 맴돌다가 꺽 하고 막혀버린다.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해주면 근심걱정을 뛰여넘어 안전하게 잘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가 무심히 흘러나올 수 있을가?

생명의 마지막 순간마저 깡그리 바쳐 추락하는 소슬한 락엽의 뿌리 사랑같은 모성애, 육신마저 자식에게 내주는 지독한 거미사랑, 엄마에게는 모질게 굴다가도 자식한테는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기만 한 엄마라는 그 이름을 무엇이라 정의를 내릴 수 있을가…

딸애의 대학교 입학과 함께 시작된 리별과 상봉,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리별과 상봉의 련속이다. 리별이 남기고 간 자리, 래일이 기약되는 리별과 기약되지 않는 리별, 그 순간을 위해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일가?

“리별이 그렇게 싫으면서 교원직은 어떻게 했대?”

“학생은 내 인생의 자락에 그냥 있는 거야…”

부녀간의 대화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3년을 주기로 리별을 반복해야 하는 정해진 인연 속에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반복되는 리별과 상봉의 의미는 구경 어디에 있을가?

대학 입시와 함께 선생님과 제자의 인연은 한단락 막을 내리게 된다. 리별의 순간은 학생들의 찬란한 래일을 위한 알찬 꿈과 도약, 부모님들과 학교 지도부, 담임선생님들과 과임선생님들의 부푼 희망과 기대, 울고 웃던 3년간의 희로애락으로 여울져있다.

“3년간 고마웠다. 대학 입시 잘 보자!”마지막 수업, 내 사랑을 송두리채 앗아갔던 첫 제자들, 담임선생님 생애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마음 먹었던 마지막 제자들, 차곡차곡 쌓았던 억눌렀던 감정 조각들은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다. 학생들도 훌쩍훌쩍 리별의 소용돌이에 휘몰아친다.

“교사절을 축하합니다! 고마웠습니다!” 정성이 담긴 제자들의 교사절 이벤트, 졸업식 이벤트, 성장의 길에서 선생님의 옳바른 인도와 혈육의 정을 무색하게 하는 사랑과 훈육, 사랑하는 련인을 향한 랑만적인 이벤트도 울고 갈 이 세상에 두번 다시 없을 찬란한 깜짝쇼, 서로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의 표현이다. 성장과 비약을 해야 하는 삶의 한 단계, 선생님으로서의 책임감과 기대, 학생으로서의 책임감과 도약, 울고 웃었던 시간들은 서로에 기대여가는 봄날의 따스한 정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해빛 한줌 / 바람 한 가닥 / 받고 또 받고 / 주고 또 주고 /살아 있는 것들은 저렇듯 / 누군가에게 기대여야 산다 /사람은 사람으로 이어지고 /길은 길에서 만나게 된다” 박수호의 〈살아 있는 것들〉이 기억을 스치운다.

졸업과 함께 다가온 리별의 순간, 함께 했던 시간 속에 믿음과 기대, 성장과 배려, 추억과 희망을 남기고 간다.

2009년 첫 졸업생을 계기로 방학은 학생들과의 만남의 장이다. 그 속에는 많은 추억이 소환되고 삶이 소환된다. 다채로운 대학교 생활, 다소 무거운 직장생활, 억척스러운 창업사, 오스트랄리아, 일본, 한국 등 이국 타향에서, 조국의 방방곡곡에서 개척해나가는 삶의 이야기들, 놓칠 수 없는 학창시절의 추억들…

“미안함다. 너무 늦게 찾아뵈여서… 조금은 성공한 모습으로 찾아뵙고 싶어서 이렇게 늦었슴다.”상해에서 당찬 꿈을 키우고 있는 야무졌던 그녀, 녀자가 반장을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당당하게 반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녀의 출현은 상봉의 환락으로 들끓었던 만남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렸다. 학창시절의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해주는 학생들, 스승 앞에서 항상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은 학생들, 잘살아가고 있노라 전해주는 학생들, 너무나 자랑스런 제자들이다.

“공부 성적도 낮았던 제가 뭐라고 퇴학 수속을 밟으러 갔을 때 대학시험을 보라고 그렇게 권고를 하셨습니까?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면 아마 대학교에 입학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 인생에 참 고마운 분입니다.”,

“제 인생에 담임선생님은 선생님 밖에 없슴다.”

인생의 자락에 그냥 있는 존재, 가담가담 들려오는 제자들의 소식, 래일의 상봉을 기약할 수 없는 가족 간의 정이 아닌 사생 간의 정은 인생의 자락에 청청한 가을달처럼 걸려있다.

리별과 상봉이 반복되는 삶, 그 속에는 꿈을 향한 분투의 려정이, 당당해야만 하는 인간의 자존감이, 고마웠다고 전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선물처럼 준비되여있었다.

“인생에 생과 사의 리별이 다가왔을 때 자식의 짐이 되지 말아야지. 그리고 잘 살아왔노라 인사정도는 하고 가야지…” 50대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꿈 하나 생겼다. 허둥허둥 달려왔던 인생,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아진 변곡점에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길가에 피여나는 이름 모를 잡초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나, 가족과 학생들 속을 오가며 살아온 단조로운 인생, 우리의 삶에 리별이 다가왔을 때 남길 수 있는 것은 구경 무엇일가?

“나는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왔는가” 무심히 읽었던 인생에 던진 철학자들의 물음 한마디, 무심하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평범함 속에서 찾아내야 하는 야광주같은 삶, 계절에 맞는 옷을 입고 본연의 자리에서 사랑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 끝을 내야지. 자식이 더는 부모님 때문에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사는 일이 없게 할 거다. 맏이라는 중임이 얼마나 큰지 너희들은 모른다. 그 희생도…” 친구들이 건네는 진솔한 이야기, 우리 세대의 많은 자식들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 그 속에는 부모님만의 희생이 아닌 부모를 위한 자식의 희생과 접어야 했던 꿈들이 꿈틀거린다. 마음 편한 리별을 위하여 서로가 놓아주면서 걸어가고 싶은 삶,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에 대한 책임과 추구를 거듭하면서 잘살아내는 것, 나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겠다는 그 소망, 소박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이 길, 잘 걸어내야 한다.

수많은 리별과 상봉을 거듭하면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 사랑하고 리별하고 행복하고 아프고 이 모든 건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리별은 힘들고 슬픈 것만이 아니다. 살아왔던 인생,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한 약속이다. 설레는 상봉과 화사한 리별을 위해 열정을 다해 오늘을 사는 것, 상봉과 리별 속에 길을 내고 그 길을 걸어가는 것, 그 길 우에 두고 가야 할 것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닐가…

“꽃이 핀다 / 계절이 열린다 / 꽃이 만개한다 / 계절이 익는다/ 꽃비가 내린다 / 찬란한 슬픔/ 꽃은 지지 않는다 / 꽃이 열어준 시작에 열매가 맺힌다 / 또 다른 시작이 열린다 / 마음에 지지않는 봄 하나가 피였다” 가슴에 남은 아름다운 드라마 대사 한조각, 똑 같은 리별 속에 담겨있는 또 다른 인생, 찬란한 슬픔 속에 노오란 봄이 피여오른다.

/ 박미자 (연길시제2고급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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