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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100]동창 모임으로부터 받은 감회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3-03 18:22:13 ] 클릭: [ ]

도문시석현중학교 1959년급 동창 모임은 졸업한 지 근 40년이 된 지난 세기 90년대 후반에 그리움과 격동된 심정을 안고 첫막을 열었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우리 동창 모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여년을 동창 모임에 다니면서 느낀 감수를 이 글에 적어본다.

 
필자 송호석

우리들의 롤모델(榜样)

 
최호수(앞줄 왼쪽 두번째) 등 동창들과 함께

동창 가운데 연변가무단에서 가무극 〈장백의 정〉, 〈아리랑〉의 주역으로 출연하여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우수상을 받은 국가 1급 배우 최호수가 있다. 최호수가 예술 분야에서 거둔 굵직굵직한 성과들은 중앙인민방송국 조선어방송, 연변텔레비죤방송국의 〈문화를 품다〉 프로그람, 《지부생활》잡지 등에 널리 소개되였었다.

호수와 나는 반급이 다른 학년 동창이다. 솔직히 말해서 중학교를 졸업한 후 근 40년 만에 호수를 만났을 때 나는 그를 쪼잔한 연예인이라고 생각했다. 헌데 왕래가 잦아지면서 호수에 대한 편견이 빗나가도 180도는 더 넘게 빗나갔음을 절실히 느꼈다. 호수는 동네 아즈바이처럼 털털했고 화로불처럼 뜨거운 사람이였다.

몇년전에 있은 일이다. 두개 반급이 함께 동창 모임을 가지게 되였는데 호수는 1,000원을 선뜻이 내놓으며 준비하는데 쓰라고 했다. 모임을 한번 조직하려면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다. 그때도 호수는 발 벗고 뛰여다닌다.

그 뿐이 아니다. 연길에 있는 몇몇 동창들이 모이려고 하면 호수는 언제나 “오늘은 내가 칭커하마”라며 돈지갑을 먼저 연다. 호수의 주량은 웬만한 ‘술군’ 들의 뺨 칠 정도로 감당해내기 어렵다. 반근 쯤 마셔도 얼굴색이 달라지지 않는 애주가다. 게다가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나면 제스츄어까지 써가면서 걸쭉한 롱담을 하는데 재미나는 술판이 벌어진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마음에 와 닿는 것은 동창들에 대한 호수의 진심이였다. 지난 세기 70년대 곤경에 빠진 한 동창이 있었다. 석현진 하북촌에서 살고 있는 김씨 성의 동창이 좌골 수술을 해야 했다. 생산대의 보조로 어렵게 살고 있는 김씨는 엄청난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생각 끝에 김씨는 호수에게 구원의 전화를 걸었다. 소식을 접한 호수는 두말없이 동료들한테서 500원을 꿔가지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때 호수의 로임이 61원 50전 밖에 안되였다. 그 후에도 호수는 옷견지들을 갖다 준다, 생필품을 보내준다 하면서 정성껏 김씨를 도와주었다.

어느 날엔가 호수가 석현진 룡성촌에서 홀로 살고 있는 한 동창생의 집에 갔다가 부엌이 하도 지저분하여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땀을 뻘뻘 흘리며 깨끗하게 거두어 준 일도 있다.

머지 않아 팔십 고개를 넘어서는 호수는 지금도 저녁노을예술단, 청도시 조선족 해안선예술단에 가 자기가 창작한 무용 작품을 지도하며 여력을 불태우고 있다.

우리들의 곤혹

우리는 모임이 있을 때 드는 화식비, 교통비 등을 ‘AA제’로 결산한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결산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일부 동창들은 아직까지 위챗을 잘 모른다. 온라인 쇼핑, 모바일 뱅킹같은 것은 더군다나 모른다. 전기세, 물세 전화료금 같은 일상생활 지불을 창구에 가서 현금으로 하거나 자식들에게 의탁하고 있다. 지능화에 발목을 잡힌 로인들의 곤혹이라 하겠다.

우리 로인들에게는 높은 ‘산’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꼭 이 ‘산’을 넘어야 한다. 지금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도구가 아니며 우리들의 삶을 더 윤택나게, 더 쉽게, 더 다채롭게 만드는 생활의 동반자이다.

집안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기본적인 생활 료금 같은 것은 문제 없이 지불할 수 있다. 뿐더러 슈퍼에 갈 필요없이 온라인쇼핑으로 여러가지 생필품을 살 수 있다. 이런 좋은 방법을 멀리 하면 불편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나이 들었으니 두루두루 살다가 저세상에 가면 되지’ 하는 심리 상태가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로년에 다시 배움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생각도 힘이다. 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해보면 방법이 생기고 골이 트이며 구지욕이 생긴다. 세월의 풍운 속에서 별이별 고난을 다 겪은 우리들이 아닌가. 그까짓 ‘산’을 못 넘으랴!

오늘을 충실하게

“해마다 피는 꽃, 그 꽃이 그 꽃이 건만 꽃구경 하는 사람은 해마다 다르구나.” 어느 한 시인의 쓴 시 한구절이 떠오른다.

30여년이나 동창 모임을 견지해왔다. 모임의 주인공들은 내내 더하기와 덜기를 이어가고 있다. 몇십년전 동창 모임에 온 남자들을 볼 때 숫기가 있어 보였고 파마머리에 옅은 화장을 한 녀자들은 몇십년이 지났는 데도 아름다와보였다.

하지만 무정하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인생 년륜을 쌓아가고 있는 우리들이다. 인제 우리는 팔십 고개를 지척에 둔 ‘호호’ 할아버지, ‘파파’ 할머니이다. 나이와 더불어 동창 모임에 참가하는 동창생수도 덜기로 점점 줄어들기만 한다. 

첫 동창 모임 때는 한개 반에서 근 30명 참가하였는데 지금은 줄고 줄어 두개 반을 합쳐도 20여명 밖에 안된다.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많은 동창생들이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아무 해, 아무 날에, 아무 개가 떠날 것이고 아무 해, 아무 날에는 내 차례 될 것이다. 우리의 동창 모임도 조만간에 흘러가는 세월처럼 영원히 묻혀버릴 것이다.

“인생은 사흘”이라는 말이 있다. 어제는 흘러간 과거라 더 련련하지 말고 래일은 미지수라 더 생각지 말자.

주어진 오늘 만이 생생한 인생이다. 자기의 취향에 따라 마음이 가는 대로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로후 생활이 아닐가?

/ 송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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