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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 86] 사랑의 옹달샘에 폭 빠진 나

편집/기자: [ 홍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1-10-25 16:09:36 ] 클릭: [ ]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26년이란 세월을 석자 교단을 누비며 살아온 나는 사업 수요로 소학교 교원으로부터 학교의 유치원 대반 담임을 맡게 되였다.

금방 소학교를 졸업한 6학년 애들을 갓 노란 꽃잎을 펼친 해바라기라고 비유하면 유치원 아이들은 연푸른 ‘새싹’들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바라기 꽃들이 열매를 맺으라고 중학교에 보내고 귀여운 ‘새싹’들에게는 물을 주고 덧거름을 주며 김을 매고 북을 돋우어주며 한 학기를 보람 있게 보냈다.

개학 첫날 나는 혹시 ‘할머니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을가봐 각별히 신경을 써서 얼굴도 다듬고 화사하게 치마를 차려입고 머리에도 고운 삔을 꽂고 교실에 들어섰다. 될수록이면 애들의 젊은 엄마들과 ‘거리감’을 줄이려고 했다.

나는 부모님 손을 잡고 유치원에 들어서며 ‘례의천사’마냥 두손을 배꼽에 붙이고 “안녕하세요!” 하는 애들의 인사를 맞받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에게도 이렇게 ‘아련’한 모습이 잠재해있었구나 하는 ‘놀라운’ 발견에 혼자 피씩 웃었다.

아이들과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였다. 다른 유치원에서 우리 유치원으로 온 철수는 엄마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엉엉 울면서 교실에 들어서려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엄마가 애를 배동하여 첫 수업을 함께 들었다. 아이들의 주의력을 끌고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게 하기 위하여 나는 내 몸 속의 모든 유머 감각을 총동원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즐기는 여러가지 유희를 조직했다. ‘손 넣고 조종’하는 토끼인형을 쥐고 철수에게 ‘다가가서 “넌 누구지? 왜 이렇게 멋져? 난 네가 넘 좋은데 내 손을 잡아줄래?”라고 했더니 철수는 얼결에 인형의 손을 잡는 것이였다.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인차 토끼인형의 입을 철수의 얼굴에 갖다 대고 “뽀뽀” 를 해줬더니 철수는 환하게 웃으며 저도 몰래 엄마와 떨어져 유희 속에 끌려 한시간을 보냈다.

휴식시간이 되니 철수는 엄마보고 집에 가라고 손을 젓는 것이였다. 철수 엄마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시름을 놓은 듯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교실을 나갔다. “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외나무다리를 건느듯 조였던 마음의 탕개가 풀렸고 잘 적응해준 철수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꽃도 곱다고 하며 자주 들여다보면 더 이쁘게 핀다고 하지 않는가. 어른들의 사랑을 ‘먹으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은 더욱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애들이 얼마나 귀엽게 노는지 정말 사탕 알처럼 입에 넣고 꼭 깨물고 싶을 때가 많다. 게다가 “선생님 정말 이쁩니다”, “선생님 냄새 썅썅(香香)아!”, “선생님 한번 안고 싶어요!” 하고 입에 꿀 발린 말을 할 때면 나도 몰래 가슴에 꿀단지를 묻은 것처럼 달콤해났다. 쉴새 없이 ‘참새’들의 종알거림에 일일이 답을 해주다나니 하루 만에 목이 카랑카랑해졌다.

 

희연이는 “선생님, 할 말이 있어요.” 라고 나 손을 잡아당겼다. 내가 무릎을 꿇고 귀를 갖다 대니 말은 안하고 내 얼굴에 “뽁” 하고 뽀뽀를 하는 것이였다. 얼굴에 침이 가득 묻어도 너무 달콤했다. 사랑의 옹달샘에 홀랑 빠진 나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찼다. 내 아이를 키울 때는 매일 시간에 쫓기우며 출근하며 ‘초보엄마’ 노릇을 하느라 항상 저녁이면 잠이 딸리우고 몸이 녹자지근하여 사랑이고 행복이고 천륜지락이 무엇인지를 몰랐었는데 오늘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가르치며 보느라니 진정 애들에게서 애정을 느끼게 되였다.

오후 수업이 끝나고 양양의 할머니가 양양을 데리러 왔는데 양양은 울상을 하더니 갑자기 온 유치원이 떠나듯 ‘폭풍 울음’을 터뜨렸다. 왜 우는 가고 물어도 대답도 안하고 계속 울기만 했다. 얼리고 닥치고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화가 난 할머니는 양양을 내버려두고 가는 척 했다. 나는 교실 문에 턱 버티고 서 있는 양양을 코뿔소 끌다 싶이 조용한 교실에 데리고 들어갔다.

“양양이 무슨 일인지 많이 슬펐구나.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요. 그리고 선생님한테 얘기해요. 왜 슬펐는지…”

한참 울더니 차츰 목소리가 낮아지며 흑흑 흐느꼈다. 마침내 천둥이 울며 쏟아지던 울음소리가 멈추었다. 나는 무릎을 꿇고 양양이를 안아주며 등을 다독여주었다.

“이제 말해봐요. 양양이 왜 울었어요?”

“저도 스티커 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너무 슬펐어요.”

“그랬구나. 래일 공부시간에 열심히 잘하면 선생님이 꼭 줄게요. 오늘은 바람개비를 선물로 줄게요.”

나는 인차 이쁜 바람개비를 하나 골라 양양의 손에 쥐여주면서 이건 누구도 안 준거니까 가만히 집에 가져가 놀아라고 했다. 양양은 아직 눈물방울이 마르지도 않은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튿날 뜻 밖에도 양양은 그림 한장 그려서 나에게 선물로 가져왔다. 그리고 바람개비도 돌려주었다. 그 후부터 양양이는 다시 운 적이 없고 표현이 아주 좋았다. 쩍 하면 나의 얼굴을 만지겠다고 손을 높이 들고 퐁퐁 뛴다. 난 또 하나의 ‘새싹’에게 빠져버렸다. 애들에게 몰붓는 사소한 사랑 하나, 관심의 말 한마디, 따뜻한 어루만짐이 그대로 사랑이 되여 되돌아오는 것이다.

유치원교원은 아이들이 사고라도 칠가봐 한시라도 시선을 뗄 수 없다. 모두 가정에서 장중보옥같이 금이야 옥이야 하며 어루만지는 ‘보살’님들이라 어디 조금 허비우거나 멍이 들어도 그 ‘후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놀음을 놀다가 살가죽이 벗겨지거나 울음을 터뜨려도 마음이 옥죄여든다. 하기에 항상 모든 애들을 눈동자에 담고 원점이 되여 원의 둘레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어느 아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도 인츰 따라 들어가야 한다. 정말 애들의 그림자가 되여 한시도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아침이면 나는 학교에 들어서서 하는 첫번째 일과가 예쁜 커피잔에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이다. 그런데 유치원생들을 가르치면서 얼마나 바쁜지 커피잔을 들고 우아하게 마시던 모습은 어느덧 사라지고 유치원 밥공기에 커피를 풀어 마시기가 일쑤이다.

어느 날 아침 교실에서 커피를 살살 불면서 커피 향을 음미하는데 먼저 온 명진이가 “선생님 화장실” 하고 부리나케 뛰여들어가는 것이였다. 난 커피 공기를 든 채 화장실에 따라 들어갔다. 그 아이는 이마살까지 찌프리고 ‘응가’를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애 옆에 서서 커피를 훌훌 마시고 있을 때 리선생이 화장실에 들어왔다가 박장대소하면서 날 쫓았다.

“선생님, 복도에 나가서 커피 마시쇼! 하하하!”

그제야 반응이 온 나는 커피를 “푸—” 하고 내뿜으며 배를 그러안고 웃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이 기저귀를 바꿔주며 “에구, 우리 보배 오늘 좋은 똥 눴구나!” 하고 엉뎅이에 분을 쳐주고 “쪽—” 하고 엉뎅이에 뽀뽀까지 한다더니 언제부터 나도 아이들에게 폭 빠져버린 것이다.

매일 애들과 씨름을 하느라 몸도 지치고 인후염에 약을 달고 있지만 겨울의 첫눈처럼 깨끗한 동심을 품고 하는 사업인지라 커피처럼 씁쓸한 맛 뒤의 달콤함도 신선하다. ‘새싹’을 키우는 원예사의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나의 사랑하는 꼬마들과 알콩달콩 고운 추억을 많이 쌓아야겠다.

사랑이 있는 한 원예사의 들판에는 푸르름이 무성하리라. 오늘도 나는 사랑의 옹달샘에 폭 빠져본다.

 

/ 천춘해 (목단강시조선족소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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