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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감상록]이색적인 조선의 추리소설 《네덩이의 얼음》

편집/기자: [ 최화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10-11 11:03:00 ] 클릭: [ ]

 

신철국 

“2001년 10월 8일 자정이 넘은 깊은 밤.

타이 북방의 관광도시 치엥마이에서도 140키로메터나 떨어진 마국경과 린접한 깊은 원시림을 꿰지른 삥강 우로 네 사람을 태운 커누 하나가 물살을 헤가르고 있었다.

구름 속을 헤염치는 초생달빛이 조심히 젓는 노질에 술렁술렁 번져지는 강물 우를 어슴푸레하게 비칠 뿐 사위는 쥐죽은듯 고요했다.

멀리 지나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의 간단없는 불빛에 꿈틀거리는 시커먼 자루 곁에서 노를 젓는 두 사람과 배머리에 앉아 묵묵히 앞을 주시하는 다른 또 두 사람의 얼굴이 드러나군 한다.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이였지만 그 얼굴들에선 누구라 없이 섬뜩한 살기가 내풍기고 있었다…”

조선의 작가 전인광이 쓴 장편소설 《네덩이의 얼음》(문학예술출판사 2018년 증보출간) 서장 <칸쿤마을>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력사, 지리, 사회 등 전반에 이르기까지 전혀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 작자의 연박한 지식과 매끄러운 필력을 바탕으로 전개되는《네덩이의 얼음》은 한마디로 읽은 이를 흥분의 도가니에 빠지게 한다. 전혀 상상을 불허하는 반전과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몰입감으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본격 추리소설의 미덕을 골고루 갖춘 이 소설은 최근 조선문학의 활황을 어느 정도 엿보게 한다. 특히 한시기 조선문학에서 ‘이단아’로 대접받았던 추리소설(탐정소설)이 하나의 완정한 장편소설로 출간됐다는 점은 감히 세계 추리소설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아왔다고도 볼 수 있겠다.

소설은 타이의 칸쿤마을의 관광지에서 한밤중에 발생한 일본인 남녀 두명이 살해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반에는 일본국민이 관광중에 있은 우발적인 사고사로 포장된 이 사건은 결국 일본정부가 개입되면서 세상에 공포할 수 없는 국가적인 사건으로 취급되며 극비리에 수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한명인 일본경찰청 대외문제국의 무라야마경부가 살인사건의 현장인 타이 칸쿤마을로 급파되면서 다른 한명의 주인공인 방코크경찰국의 소폰 웅카라 수사부장과 함께 사건 수사에 나서는데 뜻밖에 두명의 사자(死者)가 다름 아닌 일본천황 가문의 실세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문제는 복잡해진다. 거기에 타이 현지의 치엥마이트레킹회사 츄홍따이 사장이 용의자선상에 오르면서 2차대전시기 일본군들이 저지른 ‘일본군 성노예제’에 관한 민간재판 비화들이 알려진다. 하지만 사건은 풀리는 듯하다가 점점 미궁에 빠져든다…

지난 20세기 80년대 긴박한 첩보활동을 박진감 있게 그려 한때 중국독자들한테서도 첩보문학의 백미로 추앙받았던 영화문학 《이름없는 영웅》(리진우 저)에 필적하는 《네덩이의 얼음》, 이미 구독한 필자의 심경 같아서는 전반 내용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마지막 한페지까지 접어야만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추리소설의 알짜 묘미를 감안할 때 이만큼 소설의 내용을 제시하는 것도 어쩌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닐가.

걷잡을 수 없는 흥분과 뜨거운 격정을 반추하면서 《네덩이의 얼음》을 읽는 내내 받아안는 충격은 한마디로 신선했다. 우선 주인공들이 조선인이 아니라는 점(일본인, 타이인), 작품무대가 외국(타이, 일본, 한국)이라는 점, 시점이 현재(2001년 10월)라는 점 그리고 베일에 가려져있는 제목•••

독서의 계절로 불리는 천고마비의 초입에 《네덩이의 얼음》이란 조선의 이색적인 추리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책 말미에 나오는 한구절을 따로 독서필기장에 옮겨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인류의 량심과 정의의 대륙에 가붙지 못하고 풍파 사나운 태평양 한가운데를 향방없이 좌충우돌하며 떠돌고 있는 차고 싸늘한 그 네덩이의 얼음을 세상사람들은 쓰거운 웃음 속에 지켜본다.”

/신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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