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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농촌에 가라고 중국 녀대생들에게 권고합니다”(하)

편집/기자: [ 유경봉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1-08-26 14:39:56 ] 클릭: [ ]

 

기획 [한국친구 길림체험]— 쌀의 이야기 (2) 구태편(하)

전통 쇠가마에 성공한 쌀밥, 실패한 누룽지

안내원이 전람관 2층에서 리모콘을 누르자 건물의 북쪽 창문에 걷혀져있던 커튼이 한번에 량쪽으로 쫙 젖혀지더니 초대형 유리 창문 밖으로 일망무제한 황금물결이 한눈에 안겨왔다. 일행은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지난해 3월에 농업농촌부와 길림성농업농촌청으로부터 전국 농업 중대 기술 협동 보급 계획 시점대상, 길림성 벼산업 시점 대상 록색 고효률 시범기지로 선정된 이 합작사의 유기벼 파종면적은 4,000무이고 복사면적이 만 5,000무에 달한다. 홍광촌은 2014년에 전국 논공정 기계화 시범촌 칭호와 길림성 새농촌 건설 시범촌 영예칭호를 수여받았다.

 
일행이 스마트 향촌 관리 플래트홈 앞에서 전문일군의 소개를 듣고 있다.

조운희 촌서기에 따르면 논에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지 않는 대신 해충을 잡아먹도록 오리농법과 게농법도 도입하고 있다.

정세명씨 부부의 6살짜리 해리양과 3살짜리 신호군은 시범논에 도착하자 논 사이에 뻗은 아스팔트길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천방지축 자유로운 질주를 시작했다. 도시에서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신세계가 펼져졌기 때문이였다.

논판 속에 세워진 관망대에 오른 오누이는  황금물결 사이에 검은색 벼를 심어 만들어진 네개의 한자를 보고 무슨 뜻인가고 아빠에게 묻는다.

황금물결에 씌여진 수미구태

‘수려하고 아름다운 구태’라는 뜻으로 씌여진 〈수미구태(秀美九台)〉 네 글자가 노란 종이우에 쓴 검은 붓글씨처럼 아름답게 안겨온다.

이용득 회장과 정세명 부회장은 구태시조선족중심학교의 전임 교장인 리수남선생과 함께 논에 오리와 게를 푸는 체험도 해보았다.

논밭에서 오리를 풀기 체험을 하는 정세명

 
논밭에서 벌레를 잡아 먹으며 자란 오리들(정세명 찍음)

어린이들이 환성을 지르는 가운데 흰 오리들은 손에서 해방되자 즉시 망망한 벼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촌민들의 소개에 따르면 논밭에 들어간 오리들은 바다 속에 사라진 물고기처럼 여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꾀가 든 오리들이 벼에 맛을 들여서 논밭에 들어가면 벼만 골라 먹어대는 것이 고민이란다. 오늘 애들을 데리고 한국 가족이 온다고 하니 특별히 가두어두었던 오리를 오늘 논판에 풀어놓은 것이란다.

그 와중에 개구쟁이 해리양이 게를 논에 푸는 아빠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엄마에게 조른다.

 
 게를 논에 풀어주기에 앞서
 
 
호기심이 많은 두 아이
“엄마, 저 게들을 다시 건져서 저녁에 구워먹으면 안돼?”

“당연히 안되지, 이 게들은 논에 있는 벌레들을 잡아먹으라고 풀어주는 좋은 친구들이야.”

일행이 홍광촌로인협회에 도착하니 협회의 조선족 로인들이 흥겨운 곡조에 맞춰 전통무용을 추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국손님들과 두 아이도 성수나서 어깨춤을 들썩이며 로인들 행렬에 가담했다.  

일행이 정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의 부엌에서 우리 민족의 전통 무쇠밥가마를 발견했다. 정세명씨는 한국식 전통방법으로 밥짓기 체험을 했다. 밥을 씻어 앉히고 마른 강냉이속대를 땔감으로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누룽지를 특별히 좋아하는 정세명씨는 “누룽지를 많이 만들어야지” 라고 중얼거리면서 기대에 가득 부풀어있다. 이쯤 하면 밥이 되었을거라고 가마 두껑을 열어 보니 구수한 밥향기가 물씬 풍겼지만 눈같이 흰 쌀밥에 누룽지는 없었다.  전통 쇠가마에 밥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이용득회장이 껄껄 웃으면서 옥수수속대가 화력이 약해서 누룽지 만들기에 실패한거라 말한다. 누룽지를 만들려면 화력이 센 땔감으로 밥이 될 즈음에 센 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쇠가마에 밥을 짓는 정세명
 
 
전통 쇠가마에 밥을 짓는 정세명

쇠가마에서 지은 쌀밥으로 정세명 부부는 두 아이와 함께 즐거운 김밥 만들기 체험을 했다. 아이들은 한국 김밥과 중국 김밥의 재료나 제작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아빠엄마에게 물으며 그들만의 오붓한 체험시간을 가졌다.

풀벌레 소리, 새 소리, 기차 소리 ... 풀잎에 떨어지는 비 소리

점심식사는 동북료리로 유명한 구태구 룡가포의 백국식당(白菊饭店)으로 일행을 초대했다. 타성에서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맛보고 간다는 룡가포 백육순대(龙嘉堡白肉血肠)와 귀한 손님을 모시고 백리길도 마다하고 차를 몰고 와서 대접한다는 돼지뼈따구졸임 등 이 식당의 유명 료리들이 상에 올랐다. 새벽잠을 설친 두 아이는 뼈다귀졸임을 실컷 먹고 곧바로 낮잠에 곯아떨어졌다. 정세명씨도 육질의 쫄깃한 맛을 살리면서도 고기가 뼈에서 쉽게 떨어져 입에 쏙 빨려들어가는 벼따귀졸임에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백국식당에서 맛보는 동북요리

일행은 한족마을인 마안산촌에 위치한 구우산거(汣遇山居) 민박에서 숙박하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세련된 서양식 디자인으로 고급 별장 아빠트단지를 방불케 하는 유명 관광지로 잘 꾸려져 있었다. 2층이나 3층 별장식으로 지어진 민박은 고풍스러운 전통미와 현대미를 골고루 갖추어 이색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최대 200평방메터의 가정룸에 온돌까지 갖추어져 있어 주말이나 휴가를 보내려는 도시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가족이나 련인들이 정원까지 딸린 주택에서 전원생활을 만끽하기에 참 맞춤한 장소라고 이용득회장은 말한다.

 
마안산이 한눈에 안겨오는 구우산거 민박

일행은 한 한족 가구에 들려 집안구조와 살림살이들을 둘러보았다. 남방 식물들을 심어 키우는 ‘남과관(南果馆)’이라는 유리 하우스에서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본 적 없는 희귀한 식물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어른들에게 이것저것 캐묻는다.

 
정세명씨가 애들과 함께  잡은 매미(정세명 찍음)

전원주택에서 하루 밤을 보낸 정세명씨는 “동북에서 오래 살면서 처음 잡아봤네요”라고 하며 손바닥에 올려놓은 매미 사진을 보여준다.

“애들과 같이 풀벌레 소리, 매미 소리, 새 소리, 기차 소리, 풀잎에 떨어지는 비 오는 소리......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소리와 맡을수 없는 내음들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조용했고 깔끔했고 중국 동북지역의 특색이 있어서 별다른 느낌이였어요”라고 말한다.

 
마안산촌의 구우산거 동북특색의 민박 체험 (정세명 찍음)

저녁에 일행은 밖에 상을 차리고 숱불을 피워놓고 다양한 중국식 고기뀀을 구워서 소주와 함께 먹으면서 뀌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밤을 밝혔다. 부엌과 멀리하는 전통적인 한국 남편과는 달리 집에서 료리를 책임진다는 정세명씨가 솜씨를 보였다. 장춘에서 특별히 사들고 온 특급 소고기를 보더니 먹음직하게 썰어서 고추장으로 재우고 뀀 양념을 발라 ‘정세명표’한국식 소고기 바비큐를 직접 구웠는데 별맛이였다. 중국 료리도 못하는게 없단다.이젠 다양한 중국 료리법에 한국식을 가미하면서 독특한 맛을 살려내는 료리솜씨로 늘 중국친구들을 초대해 가정연을 마련한다고 한다. 일행은 돌림으로 노래도 부르는 중에 정세명 부부의 깨알이 쏟아지는 이중창 노래공연은 마지막 부분에 눈물까지 보이며 감동적이였다.

 
맛있는 저녁 식사

정세명 부부의 깨알이 쏟아지는 노래공연

“시집은 농촌에 가라고 중국 녀대생들에게 권고합니다”

중국에 17년이나 체류해온 이용득 회장은, 길림성의 입쌀은 한국 입쌀에 비해 가격이 20—25%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맛은 차이가 없단다. 평소 재래시장의 일반 입쌀을 사서 밥을 해먹어도 맛있다면서 길림 입쌀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었다. 슬하의 2남 1녀 세 자식은 전부 북경대학, 동북사범대학, 심양음악학원 등 중국내 명문대학교에서 대학이나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서울과 상해 등 량국의 국제대도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식들은 길림 입쌀로 지은 집밥이 그립다고 위챗통화에서 늘 얘기한다고 한다.

이용득 회장은 “최근 년간 농촌과 농업을 살리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돋보인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현대농법과 현대화한 합작사, 생산기지 건설은 촌의 의지와 경제력으로는 역부족이니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이어가기 힘들다. 실질적으로 촌민들의 수입과 생활 수준 제고에 도움되는 프로젝트를 만들며 촌민들의 의욕을 발동하여 다양한 산업을 만들어갈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농촌에서 개구리, 게, 오리, 닭, 소, 양 등 시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다양한 체험행사를 많이 조직하면 도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고 관광업 수입도 올릴 것이라 내다봤다. 홍광촌을 모델로 삼아 나비효과, 시너지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아이템들을 많이 개발되고 주위의 촌들에서 많이 본받을 것이란다. 조만간에 한국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는 날이 오면 한국에랑 나가 일하던 청장년들이 고향에 돌아오면서 로인들 위주이던 마을이 생기를 되찾을 것이란다.

 
안내원의 해설에 집중하는 일행

‘대지 청소부’공익 봉사팀과 함께 기념 촬영

이용득 회장은 장춘대학 관광학원 한국어학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녀대생들에게 “앞으로 미래는 농촌에 있으니 시집 가려면 농촌에 가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면서 “중국 농촌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이번에 구태농촌에 다녀오면서 나의 이 주장이 정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립증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길림신문 유경봉 정현관 한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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