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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문화는 민족의 생명선이다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 발표시간: [ 2020-06-15 14:34:33 ] 클릭: [ ]

 
 최장춘(경제사)
중국 력사에는 한때 북방지역을 흑마처럼 휩쓸었던 흉노족과 료나라(辽国)를 세워 2백년 동안 북방지역을 통치한 거란(契丹)족의 그림자가 언뜻거린다. 어디 가나 파죽지세로 당당했던 민족이 왜 력사의 무대에서 영영 사라졌을가? 력사학자들이 피력한 원인인즉 두 민족이 언어만 있을 뿐 문자가 없고 또한 자신들의 문화전통마저 죄다 상실해버린 데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하는 물음이 한 민족이 다른 한 민족과 구별되는 문화의 속성이다. 우리 나라의 56개 민족 가운데 적잖은 민족이 언어와 문자가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 조선족은 언어와 문자가 구전하여 국가의 5개 민족의 법정문자로 지정된 행운을 누리고 있다.

곡절 많은 조선족문화는 기근을 달래려고 두만강을 건너온 그 날부터 시작되였다. 청나라의 토호렬신들이 경작지를 미끼로 강요한 삭발역복은 물론 일제의 야만적인 민족압살정책도 용감히 물리친 우리의 선각자들은 그 어려운 역경 속에서 서전서숙, 명동중학과 같은 배움의 터전을 세워 피눈물에 절은 민족의 얼을 소중히 안아 키웠다.

해방 후 연변은 나라의 민족정책에 힘 입어 맨 처음 조선족대학을 세웠고 잇달아 우리말로 된 신문, 방송, 출판 등 선전매체를 꾸려 신주대륙에서 명실상부한 교육의 고향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정부차원의 지지와 혜택을 누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조선족문화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희망공정을 대변하는 대학교응시생의 수치가 십년전 4천 5백여명으로부터 작년에는 고작 천 5백여명으로 급락했다. 조선족문화의 교류와 세대교체에 단렬이 생겨 진짜 난항을 겪고 있고 할 일이 태산같아도 헌걸차게 해제낄 탄탄한 전문가대오가 결핍해 궁색한 처지에 놓였다.

력대로 한 민족의 운명이 갈림길에 설 때마다 사느냐 죽느냐는 흔히 문화에서 판가리가 결정된다. 민족의 령혼을 상징하는 문화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갈수록 처절해지는 만큼 과거 중국의 ‘피카소’인 한락연, 음악가 정률성 등과 같은 우수한 조선족인재들이 창작한 문화예술의 전통을 계속 개화발전시킬 신성한 책임과 의무는 오직 우리가 살아숨쉴 수 있는 공간과 터전을 튼튼히 유지할 때만이 실현이 가능하다. 마치 문예부흥시기 모짜르트, 베토벤의 음악이 윈에서 따돌림을 당할 적에 40만 인구의 5%에 해당한 극소수 엘리트들이 바친 끈질긴 노력에 의하여 후대에 전수되면서 오늘날 명곡으로 재생된 것처럼 조선족문화도 전문지식을 겸비한 엘리트들의 각별한 노력과 더불어 온 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의식이 중요한 의의을 갖는다. 사회적인 문화분위기에 따라 작가들이 배출되듯이 짙은 문화정서가 메말라가는 민족문화의 넋을 윤택하게 살지운다.

일전 《길림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고 흥분한 적이 있다. 길림지구에서 몇몇 지성인들이 ‘기록’친목회라는 민간 미니협회를 세우고 2년 사이에 백편의 글과 백만자 이상의 문자자료, 수십장의 사진들을 수집, 정리하여 《기록문집》을 출판했다. 앞으로 촌마다 학교마다 ‘기록’하는 사람들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있어 해내외 인기를 모았다. 실로 박수갈채를 보낼 만한 일이다.

조선족문화는 협애한 지역문화의 개념을 떠나 전반 중화 민족의 보귀한 정신적인 재부이다. 한 민족이 아무리 물질적 재부가 풍요로워도 문화적인 가치를 잃었을 경우엔 사회무대에서의 존재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단순한 지정학적인 의미를 뛰여넘어 다방면, 다층차의 교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두가지 이상 언어구상이 가능한 조선족의 뉴대와 교량 역할이 자못 중요하다. 리익공동체내의 물질교환과 더불어 활발히 이뤄질 문화적 교류는 기필코 체계적이고 표준화로 업그레이드된 조선족문화환경을 요구한다.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은 조선족문화가 곁들어 맥을 이뤄야 ‘전설 속의 봉황새가 오동나무숲을 찾아 날아예는 독특한 비전’이 있게 된다. 희망에는 진통이 따르는 법이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진통이 어찌 보면 문화의 새 생명을 잉태해낼 시련일지도 모른다. 잉태한 꿈이 크면 클수록 엄청난 아픔과 충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의 말을 빌어 ‘문화는 인격’에 해당된다. 조선족문화의 진흥은 곧 조선족사회의 집단적인 인격을 춰세우는 웅위로운 사업이다. 조선족문화가 거세찬 풍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운명의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길림신문/최장춘(경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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