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계렬기획보도—백성이야기(172)
민족음식에 담긴 25년의 정성, 지명옥씨의 폭포촌민박 이야기
85평방메터에서 1,200평방메터로, 정직과 인심으로 일군 외길 인생

민박집 앞에서 지명옥씨.
7월의 경박호 부근 조선족마을 폭포촌. 경박호관광지 북문에서 보행으로 10분쯤 가면 조선족 기와지붕이 반갑게 맞아주는 ‘흠명옥농가원’(鑫明玉农家院) 이 보인다. 뒤마당 장독대에서는 주인 지명옥(54)씨가 작년에 담근 된장이 그늘 아래에서 서서히 익어가고 있고 주방에서는 구수한 장국 끓는 냄새가 마을까지 퍼져나간다. 지명옥씨는 앞치마를 두르고 마당으로 나와 정겹게 손님을 맞는다. “어서 오십시오. 우리 집에 오시면 꼭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습니다.”
결혼하고 아들의 돐이 되던 해인 2001년, 85평방메터 남짓한 작은 밥집으로 시작한 이곳. 밥상을 거두면 살림집이 되고 다시 펼치면 식당으로 쓰던 그 시절, 수익이 생길 때마다 한두해 걸러 증축을 거듭해 어느덧 1,200평방메터 규모의 큰 민박집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50~60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주방에서 아침밥을 준비하는 지명옥씨.
작은 밥상에서 피여난 25년의 음식 향기
“그때는 이렇게 클 줄을 꿈에도 몰랐어요. 그저 하루하루 쌓였을뿐인데 어느새 이만큼 왔네요.”
지명옥씨가 그날을 떠올리며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첫 자금은 한국에서 일하던 언니들이 보태주었고 새벽같이 일어나 장을 보고 밤늦게까지 설겆이를 하던 그 바쁜 나날이 오늘의 근간이 됐다.
“지금도 손에 칼을 쥐면 마음이 편해져요.” 그녀는 쑥스럽게 웃으며 주방으로 돌아가 장국의 간을 보았다.
정성과 인심이 만든 입소문 널리 퍼져
지명옥씨의 민박집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은 한결같은 ‘정성’이다. “손님을 속이면 잠이 안와요.” 이 단순한 신용 하나로 25년을 버텼다.
얼마전 성도에서 온 일가족은 이곳이 조선족 밥집인 걸 알고는 반가와했다. 마침 아이 외할머니 생일이였던 터라 지명옥씨는 생일국수를 넉넉히 내왔고 손님들은 “정말 집에 온 것 같다.”며 좋아했다.
요즘은 로씨야 관광객도 온라인 후기를 보고 찾아와 “민족의 정취가 물씬 난다.”며 별 다섯개 리뷰를 남겼다.
“된장찌개를 먹어보니 진짜 집밥과 다름 없어요. 랭면도 시원하구요.” 손님들이 입을 모은다.
처음엔 경박호 관광객들이 주를 이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단골을 부르더니 지금은 온라인 후기를 보고 찾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족 손님이 많지만 조선족 어르신들도 꾸준히 찾아오는데 돌아가서는 가족, 이웃을 소개한다. “옛날 생각난다며 막걸리 한잔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저도 힘이 나요. 그런 말씀을 들으면 오늘 하루도 잘 버텼구나 싶어요.”


민박집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
구들방 정취와 어머니의 손맛
이 민박집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따뜻한 조선족 구들방이다. “가마가 있는 구들방에 누우면 웬지 어릴 적 외가집에 온 것 같아요.” 이곳은 그냥 자는 방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밥을 해먹고 밤새 정을 나누는 공간이다. 젊은 손님들이 ‘조선족집 체험’을 찾아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민박집에는 현대식 침대방과 단독 화장실이 딸린 객실도 함께 마련되여있다. 전통을 원하는 이와 편안함을 원하는 이, 누구의 취향도 놓지지 않으려는 배려이다. “젊은 사람들은 침대를 좋아하지만 어르신들은 꼭 구들방을 찾으세요. 그분들 등에 구들 온기가 스미는 걸 보면 저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지명옥씨의 손맛은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시작되였다. “덜 벌더라도 깨끗이 살아라.” 이 한마디가 평생의 밑천이 되었다. 한국 식당에서 배운 조미료 없는 자연의 맛과 연변에 가서 익힌 현지 입맛을 조화시켜 조선족 맛을 지키면서도 타민족 손님들도 좋아하는 국물을 만들어냈다. “어머니 말씀 대로 좋은 재료 쓰고 정성 다하면 손님들이 다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그녀는 주방에서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침대방을 정리하는 지명옥씨.
가족과 마을 그리고 앞날
남편 마원철씨는 시설과 마당을 돌보고 중식료리사 1명과 직원 서녀명이 함께 일한다. 녀성 중식료리사는 “처음엔 조선족집인 줄 모르고 왔는데 지명옥씨가 중국어도 잘하고 워낙 인정이 많아 벌써 10년 넘게 함께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심수 화위그룹 자회사에 다니는 지명옥씨의 아들은 “엄만 제가 가장 닮고싶은 사람이예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세요!”라며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
흑룡강성 녕안시 발해진 폭포촌은 2023년 중국 전통촌락으로 등재됐고 녕안시에서는 이 마을을 경박호 관광의 배후 써비스 기지이자 조선족문화 체험터로 키우고 있다. 정부의 관광길 개설과 세금 혜택 덕분에 자리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지금은 마을에 60여곳의 민박집이 생겼다. 그중에서도 지명옥씨의 민박집은 규모와 평판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25년 동안 이곳 한우물만 팠어요. 처음엔 생계가 걱정됐지만 지금은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손님들이 찾아주고 가족이 함께하니 더이상 바랄 게 없어요. 여기는 그냥 민박이 아니라 우리 조선족의 정과 맛이 살아있는 곳이에요. 앞으로도 우리 음식과 마음을 지키며 손님을 맞이할겁니다.”
지명옥씨가 활짝 웃으며 마당을 바라봤다. 그 시선 끝에는 장독대가 포근하게 빛났다. 멀리서 폭포소리가 들려왔다.


/박명화, 리미연 기자
编辑:유경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