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워싱톤의 향연과 총성

4월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화넷

1921년에 시작된 미국 백악관 기자협회 만찬은 워싱톤에서 가장 상징적인 정치적 사교 장소이다. 정계 요인, 언론인, 연예인, 기업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참석자들은 정식 례복을 입어야 하고 평소 뉴스 뒤에 숨어있던 언론인들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 된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장소는 57년째 이 만찬을 개최한 워싱톤 힐튼호텔이다. 보통 이 만찬은 매년 4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지만 올해는 마술적 사실주의 같은 혼란을 겪었다. 안전검색 구역에서 여러차례 총성이 울려퍼지자 고급 정장과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참석자들은 분분히 땅에 엎드리거나 의자 옆에 웅크리거나 탁자 아래에 숨었다. 당시 트럼프 곁에 있던 심리 읽기 예술가 오즈 펄먼은 사후 미국 매체에 “트럼프와 나는 기여서 대피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콜 앨런(31세)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을 졸업, 사건 발생전 로스안젤레스 교외의 한 교육기관에서 ‘이달의 교사’로 선정된 인물이다. 미국 매체는 “앨런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 사건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의 지인들은 온화하고 똑똑하며 평판이 좋은 이웃이자 교사인 그를 총격범과 련결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2년을 돌아보면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를 살해한 테일러 로빈슨,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톰슨을 총격한 루이지 만조네 역시 대중이 폭력범에 대해 갖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모두 20~30대 젊은이로 좋은 대학교육을 받고 범죄 전력이나 정신질환 병력이 없으며 당국의 주목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극단적인 길에 들어섰다.

이들 총격범들에게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성장기에 미국의 정치 폭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는 것이다. 2024년 트럼프가 첫 암살 미수 사건을 겪은 후 《타임》지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들의 말을 인용해 “정치 생태의 저속화, 선동적이고 폭력적인 언사의 정상화, ‘폭력은 정치 분쟁을 해결하는 합법적 수단’이라는 관념 외곡은 이 세대 미국인들의 성장 과정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배경 소음’이 되였다.”고 보도했다.

사실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심각한 정치 폭력 사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년만 보더라도 관련 참사는 끊이지 않았다. 2017년에는 공화당 의원이 국회 야구연습장에서 총격을 받아 당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였던 스캘리스가 목숨을 잃을 번하고 2021년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해 다수가 사망했으며 2022년에는 당시 하원의장 펠로시의 남편이 망치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고 2024년에는 대선 유세 현장에서 총알이 트럼프의 귀를 스쳤다. 몇달후 트럼프는 플로리다주에서 골프를 치던 중 또 한번 암살 미수 사건을 겪었다. 무당파 단체 ‘공공써비스련맹’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의회와 대통령 선거 경호 경비 지출은 5배 증가했다.

미국 정치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는 근본 원인은 무엇일가? 퓨 리서치 연구쎈터가 2025년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요 원인은 상대 정당의 극단적인 언론과 선동 행위 그리고 당파적 극화, 폭력 행위의 일상화가 정치 폭력을 부추기는 등으로 나타났다. 30대 중반의 한 공화당 유권자는 “미국 좌우 량측간의 대립 균렬이 력대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우리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게 되고 이것이 모든 극단적이고 끔찍한 행동을 정당화해준다.”고 말했다.

시카고대학교 정치학자 로버트 페프 연구팀은 수천만명의 미국 민주당원, 공화당원, 무당파 독립 유권자들이 정치 폭력을 용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중 상당수가 대학교육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페프는 2025년 10월 미국 《외교》지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현재 ‘폭력적 포퓰리즘(民粹)시대’에 처해있다. 그 구조적 원인은 미국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적 갈등 즉 미국이 백인 주체 국가에서 백인 소수 국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 갈등에 있다.”고 명시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정치 폭력은 이미 미국 정치 생태에서 ‘충격적이지만 일상적인 현상’이 되였고 미국 정치체제에 미치는 폭력적 포퓰리즘의 위협은 국제 경쟁이나 해외 테로 조직의 위협보다 훨씬 크다.

미국 공공종교연구소가 올해 1월 발표한 여론조사는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미국인의 20%가 “진정한 애국자라면 미국을 구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이 연구소 최고경영자 멜리사 데크먼은 “미국인들은 현재의 정치 분위기가 사회의 잠재적 폭력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대다수 미국인이 이런 통제 불능 상태를 깊이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밴 레이슨은 이 현상을 “이 나라는 병들었다.”고 간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말로 정리했다.

/신화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