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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행수기] 소에게 반찬을 빼앗긴 탑문섬

김영화      발표시간: 2026-08-05 10:02       출처: 길림신문 选择字号【

◎ 김금단

가족이 모래알처럼 산산이 흩어져 살다 보니 늘 혼자이다. 고독과 함께 그리움이 밀려오는 주말이면 가벼운 배낭을 메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익숙함의 무게에서 벗어나 그 누구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만긱하고 싶다.

향항행 통행증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배도 타 보고 싶어 목적지를 향항의 탑문섬으로 정했다. 심천 복전해관을 지나 향항 락마주에서 지하철을 타고 대학역에 내려 도보로 15분 만에 마료수부두에 닿았다. 탑문섬행 배는 주말에만 정해진 시간에 운행하는데, 미리 도착한 덕에 바다가에 앉아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며 출발을 기다렸다.

배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백마리의 갈매기 떼가 나타났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에 넋을 잃고 갑판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갈매기들은 배를 따라 좌우로, 상하로 춤추듯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았다. 파란 바다 위를 가르는 하얀 날개짓과 햇빛에 반짝이는 물보라가 눈부셨다. 어떤 갈매기들은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30분쯤 배를 따라오던 갈매기들은 어느 순간 하나둘씩 돌아서더니 멀리 하늘로 사라졌다. 단 한 번의 만남일지도 모르는 갈매기들을 바라보며 우리 삶에도 아무 예고 없이 다가왔다가 그리움만 남기고 사라지는 인연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75분 만에 드디어 동경하던 탑문섬에 닿았다. 섬에서 내려 왼쪽 길을 따라 산에 오르니 “소에게 먹이를 주지 마십시오.”라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풀밭을 지나 조금 더 오르자 눈앞이 확 트이며 바다를 마주한 초원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바람에 살랑이는 풀들과 알록달록한 텐트들이 어우러진 고요한 풍경은 일상의 소음을 잊게 했다.

평평한 자리를 골라 집에서 싸 온 도시락과 김치, 과일, 과자를 꺼내 놓았다. 밥을 먹으려는 순간, 왼편 뒤에서 나타난 소 한마리가 밥도 과일도 아닌 가장 맛있는 반찬부터 덮쳤다. 너무 뜻밖의 일이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녀석은 내 존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

“하하하, 호호호!”

옆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준비해 온 반찬이 맛있어서 소가 먹는 거예요. 빼앗으려 하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으니 그냥 먹게 두는 게 좋아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남은 음식들을 황급히 가방 안에 넣었다.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정성껏 만든 된장 채소볶음이었는데 내가 한입도 먹기 전에 소가 입에 된장까지 묻혀가며 천천히 다 먹어버렸다. 괘씸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네 이놈, 풀을 먹어야지 내 반찬을 다 먹으면 나는 뭘 먹어?”

소는 묵묵히 반찬을 비운 뒤 다른 사람들의 가방까지 뒤적이며 먹을 것을 찾았다. 향항에서 야생 메돼지가 텐트를 뒤진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소가 이렇게 당당하게 사람의 먹거리를 빼앗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규칙 앞에서 늘 망설이는 사람과 달리 소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소와의 만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결국 밥과 김치로 점심을 때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바다를 따라 천천히 걷자 바람 소리와 풀 냄새, 반짝이는 바다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빼앗긴 반찬에 대한 아쉬움도 금세 사라졌다. 세상은 언제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소와의 코미디 같은 만남도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5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고 섬을 떠났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반찬을 빼앗아 먹던 소의 눈빛을 떠올리며 혼자 웃었다. 가끔은 계획이 없어도, 때로는 엉뚱한 일이 일어나도, 그 모든 순간이 려행의 일부이고 삶의 한 조각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했다.

주말의 려행이 있기에 평일의 고단함을 견디고, 평일의 반복이 있기에 주말의 려행은 더욱 빛난다. 소에게 반찬을 빼앗긴 아이러니가 웃음이 되어 남았듯 삶의 아이러니는 때로 우리에게 선물이 된다. 완벽하지 않기에 기억에 남고 예측할 수 없기에 이야기가 된다.

탑문섬 려행은 짧았지만 오래도록 남을 웃음과 풍경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웃음과 풍경은 또 다른 주말 려행을 기다리게 하는 리유가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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