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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나물을 찾아서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3-06-08 09:46:27 ] 클릭: [ ]

고향의 사월은 살구꽃,복숭아꽃으로부터 스타트를 떼기 시작하여 뭇꽃들이 어여쁨을 시샘하며 너도나도 활짝 피여나는 꽃피는 시절인가하면 때 맞추어 민들래,달래,냉이 등 들나물들이 련이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우리네 식탁에 봄나물을 선물하는 들나물의 계절이라 해야겠다.

고향의 오월은 이름도 모를 꽃들이 거침없이 련이어 피고 지고 또 피고 피여 대지는 온통 꽃바다로 물결친다. 오월은 이렇게 생명의 활력소를 끊임없이 푸름으로 오색령롱한 빛으로 충전시키는가 하면 또한 해마다 빠질수 없는 오갈피,두릅나물을 시작으로 참나물,취나물,쑥나물,산더덕 등 여러 산나물들이 우리들의 입맛을 부쩍부쩍 끌어 당기는 산나물의 계절이라 해야 마땅하겠다.

산나물이 흙을 비집고 빠끔히 머리를 내미는 순간부터 약 한달간 오월단오 이전까지는 산나물 채집이 아주 적절한 시기이다.청산은 날에 날마다 푸르러 가고 갖가지 산나물들이 기다렸다는듯이 너도나도 고개들고 기지개를 펴고 미소지으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와중에 금비가 한번씩 내리고나면 귀엽고 사랑스런 산나물들이 하루하루 몰라보게 우썩우썩 자라나 청산을 온통 산나물 축제의 분위기로 이끈다.

시골에서 태여나고 자라서 인지 아니면 어릴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산 나들이를 많이 해서인지 나는 산에 가기를 엄청 좋아하게 되였다.그 옛날 고향집 앞 쌍둥이산에는 산나물이 무척 많았다.산도라지,산더덕,땅에 붙은 모기버섯 ,소나무버섯 등 없는게 없었다.옆마을 산에도 산나물이 풍성해 해마다 산나물철이 되면 동네 어머니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산나물 채집에 바쁘셨다.

어릴적 추억이 미련으로 남아서일가, 매년 산나물 계절이 오면 산에 가고픈 욕망에 마음이 들떠있었다.어떻게든 시간을 짜내서라도 나물채집을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그래야만 무슨 소원 같은 것을 이룬 것만 같았다.헌데 산나물을 뜯으러 가려면 제철에 맞게 시간도 정해야 하고 이동할 교통도구도 있어야 하고 함께 동행할 친구도 있어야 하며 산나물을 알아보고 산나물 채집에 흥취를 가지는 친구들이 있어야 하니 한번씩 산에 나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어쩌다 못가는 해엔 아쉬움이 일년내내 속앓이로 남아 있었다.

다행이도 올해엔 운이 좋아 절친이랑 두번씩이나 산에 가게 되였다.또한 지금 거주하는 곳이 산이랑 가까워서 20분 가량 운전하면 야산이 보이기 시작하여 좀 더 멀리 가면 뭇산들이 푸른 바다를 이룬듯 그야말로 가관이였다.산에 오르고 산나물 채집하기엔 참 좋은 고장이라 해야겠다. 5월초는 산나물들이 방금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채집이 좀 어려웠다.야산을 누비며 방금 눈을 떠 새상구경에 나선 연하디 연한 오갈피나물을 제법 많이도 채집했다.

산배추나물과 산옥수수나물도 뾰족뾰족 고개를 들고 나를 반겨주었다.쉴새없이 나물뜯기에 흥이 났다.산에서 먹는 새참은 참으로 꿀맛이였다.마시는 물 한모금도 백산수처럼 시원했다.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민들레밭을 만나서 큼직하면서도 여린 민들래도 가방이 불룩하도록 채집해 수확가득 신나게 집으로 돌아왔다.산나물 한상으로 오붓한 저녁상을 차려 가족들과 즐겼다. 찍어도 먹고 비벼도 먹으며 모두들 나물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안에서 퍼지는 향긋하고 싱그러운 나물향기가 페부속 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일년에 누릴수 있는 아주 드문 즉석 나물밥상에 눈과 입이 호강했고 잠시나마 흐뭇한 행복감에 빠졌다.헌데 한번으로는 뭔가 허전한 감이 들어 중순이 되여 또 한번 산에 가게 되였다.이번엔 수확이 대단했다.경이롭게도 산에 오른지 얼마 안되여 작은 두릅밭을 만나게 되여 오매불망 내손으로 산두릅을 꽤 많이 따게 되여 그 흥분감을 도저히 말로는 형용할수가 없었다. 그리고 파아란 더덕싹,아름답고 귀여운 네잎의 여린 더덕싹이 눈앞에 나타나던 그 순간의 짜릿함,산나물중의 왕보물로 꼽히는 산더덕을, 한눈에 함께 나란히 서있는 두뿌리 산더덕을 만났던 그 순간은 그야말로 말그대로 황홀경이였다.

나는 더덕향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먹는것 보다 향을 음미하는 시각이 더 행복한 것 같다.코끝으로 느끼는 더덕향은 마음속 힐링 자체였고 생더덕을 잘근잘근 씹을 때 입안에서 풍기는 그 향기는 행복자체였다.더덕을 몹시도 사랑하는지라 더덕 잎, 웃부분 나긋한 더덕싹과 줄기까지 더운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즐겨먹는다.

산더덕은 뿌리,줄기,잎 어느 하나도 버릴게 없는 보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나는 늘 인간이 사용하는 향수엔 왜서 더덕향 향수가 없는지 궁금했다.만약 내가 향수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꼭 자연산 더덕향 향수를 만들어 온 세상에 그 독특하고 풍치있는 향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집에 돌아와 채집한 나물들은 무치고 전을 붙이고 해서 저녁 밥상을 보다 풍요롭게 장식했고 일부분은 랭장고에 넣어 얼궜고 또 일부분은 바짝 말리워서 천주머니에 넣어 저장했다.부모님께도 드리고 겨울철 귀한 자식들이 돌아오면 함께 나누어 먹으려고 소중히 모셔 놓았다.

산은 보물창고다.산 속엔 온통 보물천지다.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산 속에서 몸에 좋고 건강에 좋은 보물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산은 참 좋은 존재다.

산나물 하니 어린시절 엄마 따라 옆동네 산에 고비나물 뜯으러 갔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동네 엄마들이랑 신나게 산길을 걷다가 문뜩 신발아래 무언가 꿈틀 밟힌것 같아 내려다보니 아니 내가 뱀을 밟아버린게 아닐가.아찔해서 기절초풍할 지경이였다.너무 놀라서 마구 울며 뛰며 눈물범벅이 되였던 그날,키 크고 야들야들한 고사리와 고비를 한마대씩이나 채집해서 엄마는 나물을 머리에 이고 나는 등에 업고 서로 마주보며 행복하게 웃었던 기억, 수확의 기쁨 듬뿍 안고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성취감에 한껏 부풀어 올라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더 없이 가벼웠던 기억이다.그 많은 산나물을 밤을 새면 나물이 질겨진다며 밤을 지새우며 큰 가마솥 두개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로 몽땅 데쳐서 정성들여 널어 놓고서야 안심하고 잠자리에 누웠던 기억이다.영화 속 한장면 같은 아름다운 추억들이 몇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새록새록 어제일처럼 떠오른다.

산나물 채집은 과정이 항상 즐겁긴 하지만 산나물을 통해 산의 정기와 산의 령혼을 감내하는 그 느낌이 나한테는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삶의 지혜와 인생철리를 불어 넣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다.또한 친구들이랑 데이트도 하고 살아온 인생이야기도 하면서 즐기는 그 순간들도 너무 소중하다.올해도 산을 오르면서 귀중한 건강식품을 든든히 준비해 놓았으니 올 겨울도 맛나는 산나물을 맘껏 먹으며 마음 따뜻한 겨울을 보낼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게 상큼해진다.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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