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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동백꽃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3-05-18 11:49:38 ] 클릭: [ ]

동백꽃은 한번은 나무에서, 한번은 땅우에서, 한번은 마음에서 핀다고 합니다. 그날 만났던 그 꽃, 마음 속에 머문 꽃향기를 찾아 동백꽃을 만나러 갑니다.

상해에서 살다보면 아빠트단지나 공원에서 심심찮게 볼수 있는 꽃이 동백꽃입니다.작년 가을부터 거의 반년간 상해에서 생활하면서 동백꽃을 수없이 봐 왔지만 그꽃 이름이 바로 동백꽃인지는 올해 초에야 알았습니다.몇년전 한국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시청했을적에 꽃 이름이 참 신기하다 왜 동백일가? 동백이란 무슨 뜻이지하고 잠간 의문을 가졌었지만 그 의문의 꼬리를 파헤쳐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무가지가 풍성하고 키도 큰 동백나무에 진분홍 동백꽃이 활짝 핀 예쁜 화면과 드라마 주인공 동백의 엉뚱한 매력이 머리속에 남았을뿐이였습니다.그런데 어느날 친구와 함께 상해에서 제법 유명한 예원(豫园)에 놀러갔다가 볼거리 먹거리 구경거리를 실컷 즐기고 막 예원을 벗어나려던차 출구와 멀지 않은 곳에서 놀랍게도 아름드리 나무에 풍성하게 떨기떨기 피여있는 새하얀 꽃잎에 노오란 꽃술을 단 아련하고 어여쁘게 피여있는 꽃 한그루를 만나게 되였습니다.

눈앞이 황홀할 정도로 아릿다운 그 자태에 매료되여 우리는 하하호호 웃어가며 할 수 있는 포즈는 다 취해가며 동백이와 찰칵찰칵 수도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꽃잎에 살짝 입술을 맞춰보기도 하고 손가락 사이에 꽃송이를 끼워보기도 하고 꽃나무에 기대여 문학소녀의 포즈도 취해보고 만개한 꽃잎처럼 최대한 활짝 웃어도 보며 격동된 심정을 감동의 순간들을 몽땅 사진찍기에 쏟아부었습니다.

한참이나 분주히 돌아치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가는 바람에 아쉽게도 동백이와 작별인사를 해야만 했습니다.나무 아래부분에 꽂힌 패말에 산다화(山茶花)라 적혀있어 그냥 우리가 흔히들 마시는 차 이름과 비슷하구나로만 생각했습니다.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사진을 정리하다가 산다화가 도대체 무슨 꽃이지 하며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글쎄 어머나, 어머나 산다화의 우리말 꽃 이름이 동백꽃이였습니다!... 너무나도 놀란 나머지 어머머, 이게 무슨 일이야, 뭐야뭐야 하며 야단을 피우며 “이 바보야,이 멍청아, 동백꽃을 거의 매일 매일 보다싶이 하면서도 그꽃 이름이 동백꽃이란걸 모르고 지냈다니...참 무심도 하지, 한심도 하여라 ”하며 무식했던 저 자신을 꾸짖기도하고 비웃기도 했습니다.

몇년전의 궁금증이 이제야 풀리다니... 진분홍색 동백꽃은 사실상 3년 전 상해에서 설명절을 지내면서 심심찮게 많이도 봐왔었습니다만 그땐 그냥 엄동설한 겨울에도 꽃이 피는 상해가 참 신기하고 좋다고만 생각했지 그때 만난 그 꽃이 동백꽃일줄은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답니다.잎이 한결같이 파랗고 싱싱하고 단단하며 꽃이 단아하고 청순하며 강인하고 고귀해 보여 곁을 지날 때마다 눈길을 빼앗겨 주춤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어두었었는데 그 꽃이 바로 내가 그리도 궁금해하던 동백이란 꽃이였다니~ 허허허, 세상은 이래서 참 재미가 있나 봅니다.

매일 오후 2시 쯤이면 바로 짚 옆에 있는 체육공원에 산책하러 나갔는데 군데군데 피여있는 동백꽃을 겨우내내 볼 수가 있었고 겨울매화와 영춘화도 동지섣달에도 볼 수가 있어서 산책길은 눈호강에 기분 샤방샤방에 마냥 즐거움과 향수로 가득찼습니다. 특히 진분홍 동백꽃은 꽃송이가 크고 색갈이 진해서 멀리서도 눈을 확 끄는 매력이 있어서 한눈에 알아볼수가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꽃모양이 마치 홍조를 띤 처녀 얼굴 같아서 저도 몰래 그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기도 한답니다.

어제 오후 흑룡강성 우리말 라지오 생방송을 시청하다가 문득 동백꽃과 매화꽃을 다루는 아나운서의 고운 목소리가 저의 추억을 다시 재생시켰나봅니다. 저의 사유 공간에 화사하게 웃으며 저를 한껏 반기는 동백꽃이 떠올랐거던요.역시 추억이란 아름답고 그 속에 실린 정감은 애틋하나 봅니다.흔히들 나이가 들면 추억에 산다는데 의외로 달콤한 추억이 생겨 무슨 굉장한 보물이라도 얻은듯 기분이 저절로 두리둥실 뜨는 것 같아 잠간이지만 행복한 느낌이 듭니다.

동백꽃은 다른 꽃들과 달리 꽃피는 시간이 무려 반년씩이나 됩니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쭈욱 황홀하게 피여있는 동백꽃을 바라보면서 그의 강하고 굳센 의지에 감탄이 저절로 났습니다. 가을의 혹독한 해빛아래서도, 동지섣달 매서운 추위에도 끄떡없이 변함없는 자태를 뽐내는 동백꽃이 우리 인간들의 굳센 의지를 닮은 것 같아 더 정이 가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름다운 진분홍 동백꽃이 눈앞에서 울긋불긋 피여나는 영상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동백꽃처럼 꿋꿋하게 모든 풍랑을 이겨내고 이 땅에서 곱게곱게 수놓아지기를 두손 모아 진중히 기원해 봅니다.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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