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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3-05-09 09:34:41 ] 클릭: [ ]

봄이 오려나보다. 보름전부터 봉긋봉긋 망울을 지으며 기지개를 펴고 있는 살구나무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봄이 왔나보다. 하늘의 별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귀염뽀짝 꽃망울들이 가슴을 한껏 펼치고 있나니. 봄은 오고야 말았다. 황사에 비바람에 눈보라에도 아랑곳없이 끝내 마음의 대문을 활짝 열고 아름드리 꽃들을 예쁘게 피우고야 말았다.

매일 오후 흑룡강성 조선족 라지오 생방송 시청을 하며 운전석에 앉아 강변길 량켠에서 하루하루 달라지며 피여나는 꽃들을 스쳐만 가며 구경했었다.우리말 생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과 아나운서의 고우디고운 목소리가 눈앞에 화려하게 펼쳐지는 송화강변 꽃길과 함께 그리고 신나게 운전하며 이 모두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는 나, 한폭의 아릿다운 풍경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한장면 같기도 했다, 아니 꿈인가 생시인가 자신에게 묻기도 했다.시청이 끝나면 바로 즐겁고 신나는 공치기 운동 두시간, 그야말로 매일 오후 시간은 말 그대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향수의 시간들이였다.

련일간 날씨가 찌뿌둥한 탓에 언제부터인가 꽃구경 가야지 가야지 하며 몇번이나 되뇌이면서도 실시를 못했던 일을 어제 오전에 마침내 마음먹고 꽃구경 가기에 나섰다. 이제 더 늦으면 다 시들어 버릴것 같아서. 내가 봐주지 않으면 왠지 걔네들이 슬퍼할 것 같아서 늦지 말고 꽃구경 꼬옥 오세요하며 미소 지으며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아서...

아빠트단지에 민들레는 눈 깜짝 사이에 이미 노란꽃이 활짝 펴버렸다. 아싸 하며 눈이 번쩍 경이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살짝 아쉬운 감이 들었다. 민들레 채집을 겨우 한번밖에 못했는데, 이른 봄 봄나물로 민들레와 달래나물이 최고인데, 그사이 자주 채집하러 다니지 못한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뭉게뭉게 피여있었다.흰색에 연분홍 꽃술, 연분홍에 노오란 꽃술, 핑크색에 하얀 꽃술, 흰색에 밑부분은 장미색 중간부분은 노랑이다가 다시 흰색이다가 다시 또 노랑 꽃술로 입을 다문 살구꽃, 복숭아꽃, 앵두꽃들이 완전 아름다운 화원을 이루고 있었다. 자두나무와 사과나무는 아직 망울 상태였다. 밀착하여 향기도 맡아보고 예쁘디 예쁜 꽃들과 사알짝 입맟춤도 했다.

방긋방긋 웃어주는 망울들을 셈 세며 아주 살짝 건드려보기도 하고 요리조리 각도를 조절하며 찰칵찰칵 사진 찍기에 신바람이 났다. 이쁘다, 이쁘다 너무 이쁘다! 넌 왜 이리도 이쁘니! 역시나 아름답다는 단어 하나로만은 도무지 표현이 무색하구나 하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셀카도 자태를 바꾸어가며 여러장 찍으며 웃음에 희열에 그야말로 마음이 치유되는 황홀경에 감탄이 끊이지가 않았다.

제 아무리 꽃샘추위가 강하다 해도 봄은 끝내 오고야 말았다.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열매가 맺고 수확의 계절이 오겠지. 부디 우리네 마음 속에도 따스하고 아름다운 봄이 왔었기를. 부디 우리네 인생도 꽃 피고 열매 맺는 참된 인생이 되기를.

/길림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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