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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모퉁이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4-04 10:41:05 ] 클릭: [ ]

굽이도는 산길 모퉁이에서 황토와 돌, 나무로 지은 나지막한 집을 보았다. 그 집은 바람과 해살, 꽃과 나무들로 아름다왔다.

비탈진 삶에 기대여 몸을 낮춘 겸손한 집, 서로에게 기대서 아무렇게나 쌓아올려진 위태로와보이는 돌담에도 세월의 푸른 발자국이 이끼로 남아 이대로 참고 살자며 낮게 속삭인다.

그 길은 겨우 포장은 되였지만 산에서 산으로 이어지며 폭이 좁다랗고 굴곡이 무척 심했다. 자동차들이 마주치면 비스듬히 ‘교행’하기도 쉽지 않아 어느 한쪽이 여유 공간까지 후진해야 하는 구간도 제법 많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외딴 산골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계곡과 숲, 숲과 꽃, 릉선에 산의 너울과 바람, 이 모든 걸 함께 하는 게 여름산행의 백미라고나 할가? 풀과 덩굴과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삶의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면 늘 이렇게 입이 떡 벌어질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랄 게 없이 ‘저 앞의 모퉁이’가 키워낸 활력소들인 것 같다. 모퉁이가 선사하는 희망, 모퉁이를 끼고 도는 순간의 흥분과 희열, 모퉁이 너머의 세계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과 궁금증. 모퉁이를 획― 하고 도는 순간 만큼은 아무리 억누르려 해도 가슴이 설레이는 법이다. 모퉁이는 우리말 사전에 ‘구부러지거나 꺾어서 돌아간 부분’이라고 풀이되여있다.

‘저 모퉁이를 돌면 분명 멋진 세계가 있으리라’는 기대가 모퉁이 너머를 동경한다. 복권을 긁는 것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도, 지친 귀가길도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이다.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게 어느 길 모퉁이를 돌아가는 것과 같이 무엇이 눈앞에 펼쳐질지 모르지만 우리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그 곳을 돈다. 비록 뜨는 해 같은 해, 지는 해 같은 달이지만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움으로 받아들인다. 해마다 성장해가는 자신의 삶의 깊이를 더한층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돌이켜보니 난 늘 불안의 모퉁이에서 서성댄 것만 같았다. 모퉁이 길은 왠지 자신 없고 사뭇 지루하게까지 느껴졌다. 열정도 도전의식도 없이 젊음의 푸른 모퉁이를 어정쩡하게 돌아나온 다음에야 일생이라는 평면 안에 얼마나 무수한 함정과 돌기들이 시치미를 떼고 숨어있는지, 어둡고 밋밋한 생의 액정에 얼마나 다양한 화소들이 깜박이고 두근대며 살고 있는지 뒤늦은 호기심이 생겨나기도 했다. 틀에 박힌 상황, 옳바른 목표의식 없이 아무런 떨림도, 울림도, 흔들림이 없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고의 틀에 되는대로 자신을 맞추며 살아온 생활의 조각들이 부서진 물망울처럼 흐트러지며 뚜렷한 것 없이 지나온 세월이 후회가 막급하다. 인생은 한번 뿐인데 연습이 어디 있으며 예습이 어찌 있을 수 있으랴? 하루가 인생의 개척이고 한순간이 인생의 도전일 줄은 깨닫지 못하고 흐르는 물결 우에서 덩실대며 흘러왔고 모진 바람과 험난한 계곡을 용케도 견디여왔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왔을 뿐이다.

우리네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따라 너무도 달라진다. 어느 길에나 모퉁이가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모퉁이가 있다. 모퉁이 너머의 세상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때론 실수도, 착오도 범한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풍경이 달라지듯 우리 삶의 모퉁이도 희로애락의 풍경들로 가득찬다. 때로는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어느 담벼락 한귀퉁이에 털썩 주저앉아있고 싶을 때도 있다. 얼굴을 무릎에 박은 채 숨 죽여 울며. 그러나 용기 내여 살아가는 삶의 모퉁이에서 목표를 정하고 하나하나 그 목표를 위해 준비를 하고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준비하는 삶은 내 마음을 열어주고 나의 능력을 높여주고 가능성을 밀어준다.

기실 삶은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삶의 곳곳에는 살아갈 기쁨들이 그리고 내가 위로받고 꿈을 꾸고 설레일 수 있는 요소들과 그런 증거들이 많이 숨어있다. 목표가 정해지지 않은 삶은 그저 방향일 뿐이다. 모퉁이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며 삶의 관념에서 벗어나 자률 의지로 걸어야 하는 걸음이며 또한 집착을 놓아버리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모퉁이는 간절한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누가 올가? 무엇을 가져올가? 무슨 일이 생겼나? 끝도 없는 궁금증이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열매로 이어지고 확장되며 추억의 입맛과 즐거움, 그리고 애절한 기다림의 곳이기도 하다. 어릴적 시린 마음에 군불을 때기도 하고 숨 죽여 울 수 있는 부엌은 엄마의 구석이였지만 그 곳을 나올 때만 언제 그랬느냐는듯 환해지셨고 그런 어머니를 내내 기다리던 곳은 모퉁이였다. 때론 짜증스러워도 끝내 기다리는 기쁨, 곧게 뻗은 길을 성공의 지름길로 알았지만 번번이 모퉁이를 만나면 속도를 줄여야 함을 잊지 않았다. 모퉁이에는 장 보고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던 동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으며 친구들이랑 술래잡기를 하던 잊을 수 없는 고향이 그립게만 찾아온다. 하학 후면 모퉁이에서 3전씩 하는 “삥궐(冰果)” 하고 웨치는 얼음과자 장사군의 사구려소리는 또 얼마나 정다왔던가. 때론 지루하고 짜증스러워도 끝내 기다리는 기쁨, 모퉁이에선 시각이 끝도 없이 자란다. 모퉁이를 돌 때의 그 황홀경, 구석이 닫힌 공간이라면 모퉁이는 열린 공간이고 구석이 어둡다면 모퉁이는 밝다. 삶의 모퉁이마다 감사와 행복이 넘치고 조금만 걸어나오면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인생은 젊음과 명예를 잠시 빌려쓰고 가는 ‘임대자’라고 했다. 많이 빌려쓰면 쓴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지나간 자리마다 틀림없이 그 흔적을 남기고 마는 것이 세월이다. 나에게 허용된 세월은 어느 만큼일가?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이 한참이나 남았다는 시구처럼 남은 세월을 구김살없이 반듯하게 잘 접어 쓸모 있게 재단해서 후회없이 잘 써야 할 텐데…

산행길에 우연히 만난 정겨움과 편안함으로 길손들을 포옹하고 반기는 돌아와 앉은 고향집 아래목과 같은 모퉁이, 반갑다! 다음에 또 만나자.

 

                                                                                          /안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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