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12-06 12: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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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한걸음 다가선다는 것은
산야를 뒤덮었던 눈이 녹으면서
땅이 드러나는 일이고
나무에 움이 트는 일이고
속이 따뜻해지면서
껴입었던 사상을
흔쾌히 벗는 일이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선다는 것은
추위의 세례에 옹송그렸던
불신에 김을 매는 일이고
마음에 꽃을 피우는 일이고
바람의 속성을 깨치면서
꽁꽁 숨겼던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일이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선다는 것은
세상 보는 흐린 눈빛 감지하며
거울에 자신을 비추는 일이고
지상의 원성을 듣는 일이고
새소리 물소리에 귀를 기울여
깜깜 몰랐던 자연을
조금이나마 알려는 노력이다
한걸음 한걸음 다가선다는 것은
미지에 대한 리해가 아니라
기지에 눈을 뜨는 일이고
생존에 감사하는 일이고
실존의 오늘을 다시 읽으며
잃어버린 내 몫을
조심조심 되찾는 일이다
사랑 사랑 내 사랑
세상에서 가장 맑디 맑고 속 깊은 호수는
그대의 순하디 순한 망울 큰 사슴의 눈빛입니다
하지만 그 호수에 흠뻑 빠지는 건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그 호수를 지켜주는 천사가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드넓은 벌은
그대의 창파 이는 바다같이 싱싱한 가슴입니다
하지만 그 벌에서 마구 들뛰는 건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돛을 올린 출항의 고동소리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결 고운 빛나는 별은
그대의 세월마저 두손 드는 일매진 사랑입니다
하지만 그 별을 쳐다보는 길손은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어둠을 허무는 밝은 빛이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아릿답고 신성한 언어는
그대의 얼굴에서 피는 해밝은 웃음꽃입니다
하지만 그 꽃을 마구 꺾는 무뢰한은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꽃에 살풋이 내리는 이슬이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감내하기 어려운 고독은
그대의 심전에서 내가 서서히 무너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고독을 팽개치는 도주자는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고독을 안주하는 장명등이 되리라
세상에서 가장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은
그대의 하얀 마음에 까만 흑점으로 남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아픔 버리고 가는 것은 아니옵니다
나는 오직 아픔 깡그리 태우는 불길이 되리라
/최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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