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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천사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12-06 11:22:18 ] 클릭: [ ]

당신은 천사를 보았는가?

나는 천사를 보았다. 그것도 눈으로가 아니라 진정어린 마음으로 말이다.

나는 로무송출로 한국으로 온지 6년이 된다. 아빠트 건설현장에서 막로동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수에 옴이 붙었는지 웃층에서 누군가 부주의로 로동공구를 떨어뜨린 것이 공교롭게도 아래층에서 일하는 나의 이마와 얼굴에 떨어졌다. 나는 이마에 타박상을 입었고 눈과 얼굴을 다쳤다.

정신을 잃어 병원으로 실려갔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육체적 고통과 함께 절망이라는 구렁텅이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번 사고로 나는 시력을 잃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현실에 나는 미쳐버렸다.

절망에 절망… 그 시각부터 그저 그냥 죽고 싶었다. 식욕, 수면… 나의 모든 것을 다 잃었다. 잃지 않은 것이라면 그저 붙어있는 목숨과 숨소리 뿐…

나의 사고 때문에 날아온 안해의 모든 정성도 아들딸들의 안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고 그저 신경질만 바락바락 났다. 아무 것도 혼자 할 수 없게 된 나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절망속에서 몸부림을 쳤다. 헌데 나와 지분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삼촌, 삼촌은 무슨 병이야? 응?”

목소리와 말투를 들어보니 분명 뉘 집 계집애였다.

“얼굴이… 어째 이렇슴다? 많이 아프겠다…”

나의 두 눈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고 얼굴 여러 곳에 상처가 있었다. 그렇잖아도 신경질이 나는데 그 계집애는 계속 지껄이였다.

“얘, 이제 좀 다른데 가서 놀아라.”

나는 그 애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지만 눈앞에 입을 삐죽이 내밀고 뾰로통해서 떠나는 한 계집애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나는 절망으로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쳤기에 긴 하품만 했다.

바로 이 때다. 하품하는 내 입에 사탕 한알이 달랑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계집애의 애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해해해.”

나는 너무 어이 없고 한심하여 할 말을 잃었다. 욕할 수도 없고 칭찬할 수도 없고…

“이 사탕은 늘 아프게 주사만 놓는 간호사언니가 준 거얘요. 냠냠 맛있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러자 계집애는 해해거리며 종알댔다.

“삼촌 얼굴에 상처 많은데 그냥 얼굴을 찡그리고 있으니깐 무서워요. 삼촌이 얼굴을 찡그리지 않으면 영 곱슴다…”

나는 그러는 그 계집애를 더는 내쫓지 않고 아무 응대도 하지 않았다.

“삼촌 칸에는 삼촌과 나를 내놓고는 다 누워있는 사람들이얘요. 삼촌 나와 딱친구 할래? 나 많이 심심한데…”

순간 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대답하지 않으면 계집애가 실망할 것 같고 대답하자니 마음이 산란하여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머리를 끄덕이고 말았다.

“아야!! 삼촌 나와 딱친구 하겠단다!! 해해, 삼촌 나와 딱친구 하겠단다!!”

나는 보지 못해도 분명 그 계집애가 기뻐서 퐁퐁 뛰며 야단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나와 그 계집애는 어설프고도 애매한 딱친구가 되였다. 그 후에 나는 그 계집애가 일곱살이고 이름은 김란이라는 것을 알게 되였다.

그 이튿날부터다. 란이는 아침부터 나의 눈이 되여 손을 잡고 먼저 세면실로 간다. 그리고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부터 챙겨준다. 치솔에 치약을 짜서 쥐여주고 세수할 때 비누를 넘겨주고… 란이는 주사시간과 검진시간을 빼놓고는 잠시도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재잘거리며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 때로부터 나는 란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안해와 란이의 어머니도 언니 동생하며 친해졌다. 나는 저도 모르게 절망의 함정 속에서 점차 헤여나오고 있었다. 병원의 정원에서 산책할 때마다 란이의 꽃과 잔디에 대한 설명도 재미 있었지만 산책하는 환자들의 형상을 말할 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환자의 걸음걸이는 딱 오리 같다느니, 어느 환자는 공원의 딱곰 같다느니… 이럴 때마다 나는 란이의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머리속에 깜찍하고 예쁜 모습을 떠올렸다.

해빛이 밝은 걸 눈으로 볼 수 없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어느 날 오후였다. 나와 란이는 그 날도 손잡고 산책하다가 정원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란이야,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란이는 잠간 뭔가 생각하는듯 뜸을 드리더니 동문서답한다.

“음― 간호사언니는 나를 천사 같대. 그리고요. 나의 담당의사선생님도 나는 천사래요. 호호호.”

“뭐? 천사?…”

“간호사언니나 의사선생님의 말씀처럼 나 이제 천사가 될래요.”

“란이는 이미 천사가 되였어. 얼마나 착하고 이쁜데…”

나는 천사가 되겠다는 란이의 말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손으로 겨우겨우 란이의 얼굴을 찾아 쓰다듬었다.

얼마 후 나는 그런 란이와 헤여지게 되였다. 왜냐 하면 ‘안구기증’이 없는 한 병원에 있어봐야 돈만 팔게 되여 더 있을 리유가 없었다.

내가 퇴원하는 날이다. 란이는 아침 일찍 세면실에서부터 나의 눈이 되여 챙기기에 바빴다. 물론 안해는 물건들을 정리하느라고 바쁜 것도 있겠지만 원래 그런 우리라 무관심이였다. 란이는 정작 우리가 헤여지는 시각이 다가오자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나 이제 수술한대. 삼촌 나 수술한 다음 퇴원할 때 꼭 보러 와야 해, 응?”

“오구 말구. 그 때 란이처럼 이쁜 꽃 사가지고 올게. 기다려.”

란이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잉잉잉, 그럼 약속하자요.”

“응, 약속.”

나는 란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가녀린 그 애의 새끼손가락과 나의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퇴원 후 나는 건설회사의 ‘사고보상금’을 기다리느라고 귀국하지 못하고 계속 눌러앉아있었다. 그러면서 하루도 란이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은근히 내가 귀국하기전에 그 애가 퇴원하기를 바랐다.

그러던 어느 하루다. “찌르륵― 찌르륵―” 하고 벌레울음소리로 된 나의 폰이 울렸다. 나는 쏘파 곁 차탁에 놓여있는 폰을 손으로 더듬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상일선생님 맞지요?”

“네, 헌데 거기는…”

“선생님이 입원했던 병원인데요, 한선생님 축하합니다. ‘안구기증’이 나왔습니다.”

“네,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나는 너무 기쁘고 감동되여 쏘파에서 벌떡 일어나 방안을 마구 헤맸다. 얼마 후 리성을 되찾은 나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야말로 정말 한마리의 자유로운 새가 되여 푸르른 하늘을 나는듯한 기분이였다.

그 후 나는 운이 좋게도 ‘안구이식수술’을 받았고 진짜 두 눈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보게 되였다. 순간 나는 꿈만 같은 엄청난 기쁨의 현실에서 할 말을 잃었다. 병원과 수술담당의사에게 각각 감사패를 증정했다. 그리고 병원에 고마운 기증자의 명함을 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기증받은 사람에게 기증자나 그의 가족들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인츰 귀국하기에 감사편지라도 남기고 싶다고 간절히 요구해서야 그 기증자의 명함을 알 수 있었다.

그 기증자의 명함을 보는 순간 나는 하마트면 그 자리에 쓰러질 번했다. 아니, 글쎄 기증자는 바로 김란이였다.

“아…”

나는 병원문을 박차고 미친듯이 정원으로 달려나가며 란이를 소리쳐부르다가 의자에 마구 몸을 맡기고 끝내 사나이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때까지 나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안해는 무척 친하게 지내던 란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란이의 어머니에게 너무 송구스럽고 너무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더니 나에게 폰을 넘겨주었다.

“저… 저…”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떠듬거리자 란이의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말했다.

“기실 걔는 백혈병환자였어요… 수술하러 들어가면서 삼촌을 몹시 찾았어요… 삼촌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꼭 퇴원하여 자기의 그 눈으로 다시 삼촌을 볼 수 있는 줄 알고… 흑흑흑.”

란이의 어머니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 후다. 내가 일하던 건설회사로부터 ‘사고보상금’이 내려왔다. 나와 안해는 그 돈을 란이의 부모님에게 드리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란이의 어머니에게 전화하니 사용하지 않는 폰으로 되여있었다. 며칠 동안 전화해도 말이다. 분명 란이의 어머니는 우리가 그렇게 할가봐 폰번호를 바꿨을 것이다. 하여 나와 안해는 실날 같은 한가닥의 희망을 품고 병원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병원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실망했다. 그래도 ‘사고보상금’을 란이의 어머니에게 주고 란이의 사진 한장이라도 받아서 영원히 간직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란이야, 천사야, 나 이젠 어쩌지?…”

나는 란이가 천사로 있을 법도 한 푸르른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권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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