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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세로토닌

편집/기자: [ 리영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5-02-05 09:20:58 ] 클릭: [ ]

그것이였다. 세로토닌. 그러니까 그녀 몸속의 세로토닌이 문제였다. 루우(露)는 입술을 깨문다. 여태껏 그것도 모르고 살아온것이 억울해서였다. 세로토닌은 행복호르몬이기도 하지요… 다른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그 말만이 계속 귀속에서 맴돌았다. 행복호르몬이라… 행복호르몬이라… 쳇! 세로토닌. 그러니까 세로토닌. 루우는 확신했다. 이제부터는 충분히 행복해질수가 있을거라고… 그 따위 호르몬이야… 약국에 가면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루우는 어렸을적 키가 크라고 엄마가 빠짐없이 챙겨주던 성장호르몬을 떠올린다. 아마도 그것과 비슷한 약일듯싶었다. 우로 자라나야 할것이 옆으로만 늘어나서 엄마가 항상 스스로 자기를 원망했지만 말이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간 다음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행복이 사라졌다는걸 알았다. 그나마 엄마가 근 이십여년을 홀로 남겨질 루우걱정때문에 모든 일상에 필요한것들을 어디로 가면 해결할수가 있는지를 일일이 반복하여 가르쳐주었기에 가능했다. 루우는 마우스로 왼쪽 모서리에 숨어있는 수면상태유지 메뉴를 찾아내여 누른다.

루우는 가려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지난번 비로 이미 더러워진 운동화를 신는다. 이제 행복을 사러, 아니 세로토닌을 사러 약국에 가기만 하면 된다. 출입문이 닫기면서 출입문에 달린 방울들이 잘랑잘랑 소리를 냈다. 소리마저 집안에 가둬넣고 루우는 아빠트 계단을 내려선다. 루우의 아빠트는 거의 사면으로 이십팔층이나 십칠층의 건물들로 포위되여있어 일곱시전 떠오르는 해살이 조금 스며드는걸 제외하고는 거의 해빛을 볼수가 없다. 북향으로 난 층계 뙤창으로는 영원히 해빛같은건 들어오지도 않을거라고 층계를 내려갈 때마다 루우는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층계에서 음침한 곰팽이 냄새가 난다. 강아지나 고양이의 소변냄새도 희미하지만 분명 났다. 이렇듯 건조하다 못해 사람마저 바싹바싹 말라드는듯한 1월에 말이다. 하나 둘 셋… 루우는 층계를 센다. 물론 소리내여 세거나 하지는 않는다. 서른둘이 되고보면 그만한것을 속으로 가만히 하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다. 루우는 뭐든지 센다. 세여놓지 않으면 혹은 세고있질 않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루우는 아마도 이 동네에서 누구보다도 이 동네를 속속들이 알고있는 주민일것이였다. 이 아빠트에 몇집이나 살고있는가 하는 통계를 내기 위해 한달 가까이 가로등밑을 서성이면서 불이 켜진 집들을 세군 했다. 오늘은 켜져있는데 래일은 깜깜하고… 통계상으로 약간의 어려움이 따라붙었고 그것은 가만히 서있는 전주대나 나무들이나 장미꽃을 세는 이상으로 힘들었다. 오히려 까치나 까마귀가 몇마리가 살고있고 개미구멍이 몇개 있는지를 헤아리는 일이 더 쉬웠을터였다.

아빠트입구를 나서면 똑같은 모양의 아빠트가 여섯채 있었다. 특별한 이름같은건 없었다. 처음에 아빠트단지가 생겼을 때는 주변 모두가 불을 때야 하는 단층집들로 둘러싸여있었고 이곳은 이 동네에서 제일 높은 건물군이였다. 자연히 동네의 중심지 비슷한 기능까지도 구비하고있어 운동기구를 갖춘 자그마한 광장까지도 생겼다. 모든 사람들은 동네이름을 붙여서 ㅅ아빠트라고 불렀다. 처음 오는 사람이라도 ㅅ아빠트를 물어보면 쉽게 찾을수가 있었다. 그랬던 아빠트단지 주변으로 다른 아빠트들이 서서히 들어서면서 싱싱하기만 했던 아빠트가 갑자기 허리가 꼬부라진 로인네 모양으로 콜록콜록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장기가 곪아터지는 냄새가 났다. 그 모든 변화의 발단은 지하철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눈 깜짝할 새에 조용하기만 했던 시내 변두리의 동네에 고층건물들이 빼곡이 들어서는가싶더니 대형쇼핑몰에 커다란 분수가 있는 광장에 게다가 영화관에 체육관까지 들어섰다. 모든것이 상상도 할수 없는 속도로 진행되였다.

루우는 두툼한 손으로 옷깃을 여미면서 대형쇼핑몰로 향하는 길에 들어선다. 춥다. 목도리를 두르는걸 깜빡했다. 그러니까 자그마한 약국을 삼십년이나 운영해오면서 자식들을 의사로 키웠다는, 루우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알고있던 해빛약국은 지난봄에 문을 닫았다. 그 약국이 있던 골목은 이 동네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철거된 구역이였다. 대형쇼핑몰 지하 2층에 약방이 있다는것은 봄이 지난 여름에야 알았다. 수박 한통을 혼자서 먹어버리고 설사를 하게 되면서였다. 찢어질듯한 배를 부여잡고 간신히 찾아간 해빛약국이 있던 골목은 페허가 되여 이 동네 사람이 아닌 낯선 사람들이 리어카를 끌고 와서 파벽돌같은것을 줏고있었다.

해빛약국이 어데 갔어요? 어리둥절해 묻고있는 그녀에게 지나가던 동네주민중 한 사람이 말했다. 봄에 진작 페업했는데 몰랐나? 그때의 허둥거림이 떠올라 루우는 피식 웃는다. 고층건물은 이제 열여섯개째로 지나고있다. 겨우 차 한대가 나들만 했던 골목길이 이제 훤하게 뻗어있다. 담벽으로 막혀있지만 건물들은 너도나도 치솟아서 세여달라고 보챈다. 동네앞으로 가로지난 대통로, 거기에 지하철이 생겨났고 본래는 대부분 이름을 알수 없는 묘목들이 가득 심어져있던 밭들이 모두 사라지고 대형쇼핑몰이 일어섰다. 열여덟개째 아빠트를 세고나서 루우는 오른쪽으로 굽어든다. 꽃나무가 죽어버린 화단이 몇개 늘어져있고 그안으로 사람들이 분주히 오간다.

대형쇼핑몰은 정말 대형쇼핑몰답게 웅장하게 거기 서있었다. 그안에는 뭐든 다 있을것만 같다. 루우는 아직 그 전체를 다 돌아본것은 아니였다. 그것은 그녀가 살고있는 아빠트단지에 얼마만의 주민이 남아서 살고있는지를 헤아리기보다도 더욱 막막해보인다. 끝이 없을것 같은 막막함. 아마도 그런 막막함이 그녀를 순식간에 습격했는지도 모른다. 그안에서는 그녀 자신마저도 잃어버릴것 같은 그런 불안감도 들고있었다.

루우는 비치적비치적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 1층과 2층은 대형마트였다. 그러니까 약방은 대형마트 수금대 맞은편에 있었다. 처음에 그곳까지 찾아가는게 루우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루우는 기억을 더듬는다. 에스컬레이터(자동계단)를 타고 내려간다. 그다음 물건들이 가득 쌓여져있는, 사람들로 옥시글대고있는 매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거기서부터 문제였다. 처음에 왔을 때는 쌀자루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줄로 다섯층으로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대신 우유박스들이 쌓여있다. 쌀자루가 어디 갔지? 루우는 허둥댄다. 간신히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쌀이 없어졌어요. 쌀이… 쌀이 어데 갔는지 알아요?

젊은 아이엄마다. 두세살쯤 되여보이는 계집애를 카트(손수레)에 앉히고 우유를 집어들고있던 중이였다. 어쩌면 그녀보다도 나이가 더 어릴지도 모른다. 쌀? 젊은 아이엄마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지난번에 여기 쌀이 있었거든요. 쌀이 없어… 져서… 아이엄마가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표정이 무서웠는지 아이가 피식거린다. 젊은 아이엄마는 서둘러 카트를 밀고 다른데로 간다. 루우는 허둥댄다. 그때 나이 들어보이는 아줌마가 다가왔다. 손님, 뭘 찾으세요? 아줌마가 싹싹하게 물었다. 후― 루의 입안에서 안도의 한숨이 빠져나왔다. 여기 쌀이 있었는데… 없어져서… 루우가 조리 있게 설명한다. 아줌마가 웃었다. 쌀을 찾는다구요? 쌀 사실려면 저편으로 가서 오른쪽으로 보면 있어요. 아줌마가 상냥하게 설명을 해준다. 예, 고맙습니다! 루우는 허리 굽혀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긴장때문인지 더운탓인지도 모를 땀을 손등으로 훔치면서 아줌마가 가리켜준 방향으로 스적스적 발을 움직인다.

쌀이다. 하나 둘 셋 넷… 쌀이 너무 많다… 여섯포대의 쌀이 나란히 줄서 다섯층으로 쌓여진건 없다. 루우는 다시 돌아서서 헤아려본다. 하나 둘 셋 넷… 일곱 여덟… 섞여질가봐 한손으로 짚으면서 센다. 다시 또 돌아선다. 열여덟 스물… 여섯줄짜리 쌀포대는 어데 간거지? 루우는 다시 돌아선다. 한참뒤 그녀는 누군가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세고있던 수자에서 깨여난다. 그녀 주변에는 이미 사람들이 모여서있었다. 그중에는 늘 그녀가 세고있던 동네의 익숙한 얼굴도 있다. 엄마, 저 아줌마 뭐 하는거야? 나처럼 일 이 삼 사 배우는거야? 사내애의 또렷한 목소리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속에서 떠오른다. 루우는 어쩔바를 몰라 뒤걸음친다. 육중한 그녀 몸이 쌀포대에 걸려 휘청거린다. 그녀는 막 울음이 터질것만 같다.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그녀를 도망가지도 못하게 못박는다. 그때 누군가가 물었다. 대체 뭐하는거예요?! 그녀의 이상한 행각이 궁금해진 시선들이라기보다는 동물원의 곰구경을 나온듯한 눈빛이다. 그녀가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대답한다. 쌀이 없어졌어요. 여섯포대가 다섯층으로 된 쌀이… 그녀가 조심스럽게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혹시 누구라도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아무 쌀이나 사다 먹으면 어때요? 꼭 여섯포대가 다섯층으로 된 쌀을 사야 돼요? 누군가가 물었다. 쌀… 안 사요. 쌀 집에 있어요. 그럼 왜? 금방 물었던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그 쌀을 찾아야 돼요. 그래야 약방을 찾아요… 그녀가 간신히 말을 뱉었다. 네? 여기저기에서 다시 키득키득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 속삭이는 목소리도 들렸다. 거봐. 정신이 이상하다니까. 그녀는 도망가고싶어진다. 약방을 찾는다는데 왜서 사람들이 이렇게 정신병자취급을 하는건지 알수가 없다. 그녀는 잔뜩 움츠러든 몸을 비실비실 뒤로 움직인다. 약방은 저쪽에 있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유하는듯한 목소리가 아니다.

루우는 고개를 숙인채 눈을 우로 치뜨고 말한 사람을 찾는다. 저기, 저쪽에…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머리카락이 반나마 빠져버린 늙은 남자가 보인다. 늙은 남자가 왼손을 들어 수금대가 있는 방향을 가리킨다. 루우는 조금 용기를 내서 묻는다. 약방이 저쪽에 있다구요?! 늙은 남자의 이마와 번대머리가 백열등밑에서 번쩍거린다. 맞아. 저쪽에. 헌데 약방 가서 뭘 사려구? 늙은 남자가 다시 물었다. 루우는 잠간 이상한 이름의 아까 인터넷에서 보았던 낱말을 떠올리려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표정이 우습다는듯 사람들이 다시 한번 웃음보를 터뜨렸다. 가로토니? 가로세니? 암만 용을 써도 이름이 생각나질 않는다. 몰라? 늙은 남자가 다시 다그쳤다. 루우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머리카락도 이마에 착 달라붙었다.

약이긴 한데… 알수가 없다. 진짜 몰라? 루우가 얼굴을 똑바로 쳐들었다. 이제야 늙은 그 남자의 얼굴이 제대로 눈안에 들어온다. 루우는 순간 그가 누군지 알아본다. 루우에게 인생의 첫 그림을 그리게 한 사람이였다. 어린 루우는 엄마의 손에 잡혀 집으로 돌아오다가 같은 또래로 보이는 녀자아이를 목말 태운 남자의 뒤모습을 보았다. 막 엄마에게 용기를 내여 의사선생님이 말씀하던 자페증이란게 뭔지 묻고저 했던 시점이였다. 어린 루우는 숨이 꾹 막히는 기분이였다. 그다음 모든것이 기억나질 않았다. 루우의 첫 그림, 몇가닥 해살이 눈부시게 아이를 잡은 두팔사이로 비춰드는 장면이였고 루우는 정확하게 그 몇갈래의 해살까지 세여 그려넣었다. 엄마의 깜짝 놀라던 그러면서 생마 갈기 외로 질지 바로 질지 모른다고 너 참 가지가지로 놀래운다고 했던 엄마의 한옥타브 올라간 목소리도 지금 막 떠올려진다. 그날, 아직 젊은 엄마는 조개마냥 늘 입을 꼭 다물고있던 아직 어린 루우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갔었다.

정말 몰라? 늙은 남자 역시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서서히 바뀌여간다. 이번에는 루우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행복이요! 행복을 사려구요!

 

                                                                                               /(북경) 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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