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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1] 역경에도 흔들림 없는 장백산 아래 30년 전통맛집

편집/기자: [ 리철수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2-01-27 09:59:40 ] 클릭: [ ]

요즘 같은 시기에 음식점 장사는 다른 어느때보다도 힘에 부친다. 골목을 걷다 보면 장사를 접고 임대를 써붙인 가게가 푸술하게 눈에 안겨온다.

지난 1월 22일 기자가 장백산 바로 아래에 자리잡은 이도백하진에 취재를 갔을 때 저녁을 먹으려고 조선족음식점을 찾아 다니다가 우연히 <진달래 냉면집>이라고 간판을 쓴 조선족가게가 보이기에 찾아 들어갔다.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그저 저녁 한끼를 간단히 해결하려고 문을 떼고 들어 갔는데 이도백하에서 가장 오래된 30년 전통의 조선족 맛집일줄이야! 그래서 무작정 주인을 찾아 수인사를 올리고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청을 들었다. 성격이 시원시원한 가게주인 오금순녀사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내밀듯 들이닥친 우리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이고 그동안 걸어온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오금순 사장과 그가 30년 경영해온 진달래 랭면집.(사진: 김성걸기자)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이전에 비해 못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가게가 장사가 잘 안되면 이곳에서 다른 조선족음식점들은 더욱 힘들다고 봐야지요. 우리는 자기 영업집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또 30년 전통이라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일년에 임대료 십몇만씩 내가면서 하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오금순은 지난 30년 동안 손이 마를새 없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온 공이 지금 빛을 발해서 당지 손님은 물론 외지서 장백산으로 관광오는 손님들도 길을 물어서 찾아오군 한다면서 고맙기만 하다고 연신 말했다.

음식점이 다른 집들에 비해 잘되는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30년이라는 년륜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뿌리 깊은 나무가 큰 바람에 더 잘 버티지 않을가요. 그리고 음식맛은 고객을 속이지 못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지금 세월에 이것저것 줄이고 속이면서 잔머리를 굴려서 돈을 벌려고 했다가는 오래 못가고 망하기 십상이지요. 음식은 맛있게 량은 푼푼하게 인심은 후하게...”라고 자신이 30년 동안 음식점 한우물만을 파오면서 터득한 경영 노하우를 말한다.

이도백하진에서 30년 가까이 조선족음식점을 경영해오고 있는 오금순의 고향은 화룡현 어랑촌이라는 마을이다. 30년 전, 농촌에서 얼마 안되는 땅을 부치면서 고생스럽게 일했지만 수입은 쥐꼬리만 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좀 더 잘살아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세식구가 막연하게 찾은 곳이 바로 지금의 장백산 아래 이도백하진이였다.

“세집을 잡고 순대장사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집저집 들어가서 순대를 사라고 하면서 처음으로 장사라는 것을 시작한 셈이지요. ” 이렇게 오금순은 30살도 채 되기전에 산설고 물선 낯선 타향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에 어렵사리 첫 보습을 박았다. 그녀는 또 남이 하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일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다. 눈썰미가 빠르고 일솜씨가 잽싼 그는 어깨너머로 랭면기술도 배우고 조선족료리를 만드는 기술을 익혀 두었다. 얼마후에 그는 전부의 재산이나 다를바 없는 8천원을 톡톡 털어서 가게를 임대맡았다.

(사진: 김성걸기자)

“지금 보면 5천원에도 그 가게를 임대맡을 수 있었는데 시내의 물정을 전혀 모를 때니 속을수밖에 없었지요. 학비를 바친 셈이지요.” 오금순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음식점을 열어서 처음 두날 판 영업액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첫날에 25원밖에 팔지 못습니다. 속이 꿈틀해났지요. 두번째날에는 24원 어치 팔았습니다. 계속 이러면 어쩌나 더럭 겁이 났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제발 좀 잘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후부터 음식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고 영업액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도의 숨이 훌 나오더군요.”

이렇게 이도백하진에 터전을 잡은 오금순은 하루종일 손이 마를 새 없이 음식점 안을 채바퀴 돌듯 하면서 악착스레 일했다. 돈버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 그렇게 수년 후에는 한잎두잎 모아온 돈으로 드디여 자기의 영업집을 갖추게 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음식점도 점점 당지에서 지명도가 올라가기 시작했으며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눈에 뜨이게 늘어났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흐르고 보니 처음에 같이 영업을 하던 조선족음식점들은 지금 한집도 없고 저 혼자만 이렇게 남았습니다. 그동안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오금순은 감개가 무량해서 잠간 회억에 젖어든다.

원래 하던 가게자리가 도시건설계획에 들어가면서 오금순은 돈을 보태서 지금의 180평방메터 되는 가게를 사고 새로 장식해서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경영을 맡기고 일선에서 물러 났지만 일이 몸에 배여버린 그는 거의 매일 같이 나와서 도와주고 있다. 쉬고 싶은데 정작 집에서 가만이 있으면 왠지 허전해나는 것을 어쩔수 없단다.

한두해도 아닌 30년이라는 내공이 있기에 코로나 역경에도 큰 무리가 없이 나아가는 장백산 아래 진달래랭면집,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제일 먼저 피는 꽃ㅡ진달래 그 이름처럼 돌아오는 이번 봄날에는 더 활짝 핀 모습으로 천하의 명승 장백산을 찾는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우리민족 음식문화를 만방에 알리길 기대한다.

/길림신문 글 리철수기자, 영상 정현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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