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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60년]그 많던 제비들은 다 어데로 갔을가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2-09-11 14:46:18 ] 클릭: [ ]

연변조선족자치주 창립 60돐 맞이 특별기획 《기억속의 60년》 

푸른 하늘 헤치면서 고향이 변했다고

지지배배 노래하며 제비는 돌아왔다네

물어보자 제비야 어찌하여 돌아왔느냐

인심좋은 고향사람 보고싶어 돌아왔다네

80년대초에 연변인민들이 즐겨 부르던 노래였다. 매양 이 노래를 듣기만 해도 생기와 활력이 넘치던 고향의 약동하는 모습을 보는것만 같았다. 해마다 내가의 버들개지 기지개 켜고 산기슭에 진달래 피는 화창한 봄날이 오면 강남갔던 제비들이 무리 지어 고향마을에 돌아온다.

봄을 알리는 제비가 오면 고향사람들은 농사차비에 한창이다. 수천년을 내려오면서 제비는 인류와 돈독한 인연을 맺고 화목하게 지내왔다. 해마다 가을이면 강남으로 날아가고 봄이면 돌아오는 제비는 기실 북방이 추운것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먹이가 없기때문이다. 다른 조류들과는 달리 제비는 유독 곤충만 먹고 산다.

추운 겨울에 곤충이 없기에 생존을 위해서 할수없이 머나먼 려행을 떠날수밖에 없는것이다. 좁고도 긴 날개는 마치도 날카로운 두개의 낫과 같아 날 때면 시위를 벗어난 살마냥 속도가 빨라서 곤충잡이의 능수로 불린다.

한마리의 제비는 몇달사이에 약 25만마리의 곤충을 잡아먹는다. 강남으로 날아갈 때는 밤에 날고 낮이면 땅에 내려앉아 먹이를 찾아 먹으며 휴식한다. 특히 바람이 없고 달밝은 밤이면 하늘높이 빠르게 날아간다. 기억력이 강한 제비는 아무리 천산만수를 날아예도 이듬해 봄이 되면 자기가 왔던 마을의 집에 찾아와 둥지 틀고 새끼들을 낳아 기른다.

70년대 중반, 내가 살던 고향마을에서는 두개 생산대가 합병하면서 강건너마을에 새집을 짓고 집단이주하게 되였다. 나도 아버지와 함께 집짓기에 나섰다. 원래 집을 허물어 재목을 갖추고 모자라는 재목은 생산대에서 락엽송을 대주었다. 산에 가 돌을 캐오고 집터를 공글고 타래벽을 만들어 두달새에 6칸짜리 초가집을 지었다.

워낙 40호 동네가 합병하다보니 80여호가 되고 말짱 새집이 절반이상 차지해 제법 새 마을이 되여 린근에서도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했다. 이듬해 봄, 숱한 제비들이 무리 지어 우리 마을로 찾아왔다. 그네들도 아늑하고 살기 좋은 우리 마을을 자신들의 후대양성 보금자리로 점찍은 모양이였다 .우리 집 처마밑에도 한쌍의 청제비가 날아와 부지런히 둥지를 틀고있었다. 축축한 진흙을 물어오고 검불과 깃털도 물어오면서 둬주일 역사하더니 금새 아담한 집이 생겼다.

한달후의 어느 날 일밭에서 돌아오니 처마밑 제비둥지로부터 새끼제비들의 울음소리가 짹짹 들려왔는데 5마리였다. 그새 어미제비가 보이지 않더니 자식농사를 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우리 집 마당에는 날마다 새끼제비들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렸다. 특히 어미제비가 벌레를 사냥해올 무렵이면 서로 자기 먼저 먹겠다고 더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그래도 공평한것은 어미제비였다. 매번 곤충을 물고 와서는 먼저 빨래줄우에 앉아 위험이 없는가 적정을 살핀 후에야 둥지에 매달려서는 순서별로 새끼들의 입에 먹이를 넣어준다. 제비새끼들이 출생후 금방 회칠한 새하얀 벽은 제비똥으로 얼룩이 졌지만 그리 더럽고 싫지 않았다. 제비 부모들이 하도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먹여서인지 새끼제비들은 빨리도 커가 어느덧 비행련습을 할수있게 자랐다. 제비부모들이 새끼들의 비행련습을 시키는데도 아주 요령이 있었다. 높은데서부터 낮은데로, 가까운데서부터 먼곳으로 비행훈련시켰는데 아주 효과가 빨랐다.

먼저 둥지에서 땅에로 내려않고 다시 빨래줄에 날아오르고 빨래줄에서부터 더 먼 곳인 전선줄까지 날게 하는데 어미제비들은 시종 좌우량켠에서 떨어질가봐 호위한다. 마치 부모가 아기들의 첫걸음마를 태우는 련습과 흡사하였다.

우리들도 지금 자식들을 위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비들처럼 철새가 되여 고국으로 넘나들며 부를 창출하고있다. 자식들의 공부뒤바라지 해주고 시집장가 보내주고 집도 장만해주느라고 허리 늘씬하게 죽을둥살둥 모르게 일하고있다. 어느 노래에 나오는것처럼 안해도 남편도 누나도 다 갔다. 아니 갈만한 사람은 다 가고 로인들과 어린애들만 남아 갈수록 황페해지는 고향마을을 지키고있다. 비록 얻는것은 많지만 그만큼 버리고 잃는것도 많다. 땅과 집과 고향을 버리고 전통과 우리들의 문화를 잃어가고있다. 그렇게 부유하지는 못했지만 생기가 흘러넘치고 살기 좋고 아담하던 고향마을이 절반넘어 줄어들고 도처에 풀이 무성한 빈집들뿐이다.

가을이면 가을마다 황금물결 이루던 논벌은 말짱 옥수밭으로 변하고 그윽한 과일향기 풍기던 과수원은 종적을 감춘지도 옛날이다. 그러니 워낙 깨끗한 환경을 좋아하던 제비들도 생태가 파괴된 마을로 돌아오길 저어한다. 그제날 고향집 마당의 빨래줄과 전선줄우에 새까맣게 모여앉아 지지배배 구성진 노래 부르고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서 힘차게 물차던 제비들의 어여쁜 모습은 이제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였다. 이제 떠나갔던 고향사람들이 모두다 흥부가 되여 돌아와 고래등같은 기와집과 별장을 짓는 그날이 오면 제비들도 다시 날아와 화목하게 살아갈 그날을 기대해본다.

/박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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