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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답사16]마황구(蚂蝗沟)에서의 봉변

편집/기자: [ 길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1-09-06 10:29:37 ] 클릭: [ ]

백절불굴의 사나이

―4갈래 홍군장정의 코스를 답사한 리완빈의 이야기

○ 김인덕

2007년 2월 19일 오후 4시, 리완빈부부는 섬서성 람전현(蓝田县) 교외의 한 작은 려관에 짐을 풀었다. 이날은 바로 새해를 맞는 음력설날이였다. 오후 5시, 리완빈부부에게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은 바로 다름 아닌 2006년 4월 23일, 리완빈이 제2차장정도중 반현(盘县)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전홍림이였다. 당시 전홍림은 오토바이를 타고 홍군제1방면군의 장정로선을 답사하면서 연도의 군중들에게 홍군의 장정정신을 선양하고있었다. 반현에서 헤여진후 리완빈과 전홍림은 수시로 전화련계를 하면서 안부를 전했다. 전홍림은 리완빈이 제3차장정 도중 람전현에서 음력설을 쇠게 된다는 소식을 듣고 5백킬로메터나 되는 먼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왔던것이다. 전홍림은 손수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물만두를 빚어 리완빈부부에게 대접하면서 뜻깊은 음력설을 보냈다.

리완빈의 안해 신향자는 전홍림의 거동에 너무나 감동되여 두눈에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가족들과 음력설도 쇠지 않고 먼길을 달려 우리를 찾아주니 너무나 감사합니다. 전 원래 남편과 함께 음력설을 쇠고 집에 돌아가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꾸어 목적지까지 남편과 함께 장정을 계속하겠습니다.》

2007년 4월, 리완빈은 서안시 람전(蓝田)현에 도착하였다. 그날 저녁, 리완빈은 말에게 풀을 뜯긴후 말을 타고 하숙집에 돌아오다가 그만 말잔등에서 떨어져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말잔등에 안장을 얹지 않고 말을 탄것이 화근이 되여 언덕길에서 말이 들추는 바람에 허망 떨어지게 된것이다.

거동을 거들어줄수 있는 안해가 옆에 있는것이 천만다행이였다. 일주일가량 란전현에 머물면서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부부에게는 오랜만에 시간적여유가 생기게 되였다. 안해 신향자는 시장에 가서 배추를 사다가 배추김치를 절구었다. 그동안 리완빈은 긴 려로에 라면이나 느끼한 당지의 음식으로 끼니를 에우면서 김치 같은 조선족음식이 몹시 생각났지만 고달픈 행군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여유가 없었다. 그날 점심, 리완빈부부는 날씨가 좋은지라 바깥에서 식사하고있었다. 밥상에는 새하얀 이밥과 배추김치, 고추장 등 조선족음식이 올랐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신기루를 발견한듯 하나둘 식탁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먼저 배추김치를 가리키면서 무슨 음식인가고 물었다.

신향자가 조선족의 배추김치라고 말했다. 신향자가 배추김치를 찢어 행인들에게 권하자 행인들은 한입 맛보고는 너무나 매워 입을 실실거리며 날숨만 뿜어댔다. 그들은 리완빈부부가 홍군장정의 로선을 답사한다는 말을 듣고는 너나없이 부부에게 경의를 표시했다.

《조선족은 정말 대단합니다. 아마도 조선족은 매운 음식을 즐겨 먹어서 배짱이 큰가 봅니다.》

리완빈은 오랜만에 상처의 아픔도 잊고 《하하하》 크게 웃었다.

2007년 7월 22일, 리완빈부부는 태백산을 지나게 되였다. 태백산은 해발 3767메터로서 진령산맥의 최고봉으로 산꼭대기 음달에는 한여름에도 잔설이 남아있었다. 당지 사람들은 리완빈부부가 오솔길로 태백산맥을 지난다는 말을 듣고 극구 말렸다.

《태백산은 오래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이전에 다니던 길도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태백산 입구에 마황구(蚂蝗沟)가 있는데 말거마리가 몸에 매달려 아예 지날수 없습니다.》

《당년에 홍군도 지났는데 우리가 왜 지나가지 못하겠습니까? 장정길을 답사하는데 에둘러 갈수는 없습니다.》

리완빈부부는 기어이 태백산으로 향했다. 태백산에는 과연 오솔길마저 없었다. 초목이 무성하여 사람이 다니기조차 불편하였고 지형도 복잡하고 험했다. 리완빈은 앞에서 말고삐를 쥐고 칼로 수풀을 치며 길을 냈다. 한창 길을 내는데 정신이 팔린 리완빈은 3메터 되는 홈채기에 허망 떨어졌다. 손에 말고삐를 감고있던터라 말도 놀라 리완빈과 함께 홈채기에 빨려들었다. 리완빈이 넘어진채로 옆에 떨어진 말을 보니 말은 누운채로 일어나지 못하고있었고 몸에서는 피가 흐르고있었다. 순간 3년간 고락을 같이 해온 말을, 분신이나 다름 없는 말을 잃지나 않았을가 하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되면서 아픔도 잊고 벌떡 일어섰다. 리완빈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말도 용을 쓰더니 벌떡 일어섰다. 리완빈은 일어선 말을 어루 쓸며 눈물을 흘렸다.

오전 열시가 넘어 리완빈부부는 마황구에 도착하였다. 과연 듣던대로 마황구는 말거마리 천지였다. 보슬비가 와 수풀이나 나무에 붙어있던 말거마리들이 리완빈부부의 몸과 말의 몸에 척척 달라붙기 시작했다. 걸음걸음 말거마리들이 살판을 쳤다. 얼굴, 팔, 목, 손 피부가 로출된 곳은 어디라없이 말거마리가 달라붙었을 뿐만아니라 신안에도 파고들었다. 몸에 달라붙자마자 사람이나 짐승의 피를 빨아먹는 당지의 말거마리들은 너무나 검질겼다. 리완빈부부는 처음에는 나무꼬챙이를 들고 대방의 몸에 붙은 말거마리들을 떼여냈지만 속도가 더뎌 아예 맨손으로 말거마리들을 떼여냈다. 떼여낸 자리의 피부는 단통 벌개나면서 벌에게 쏘인것처럼 부어올랐다.

한여름이라 점심무렵이 가까와오자 기온도 직선 상승하여 호흡하기조차 곤란했다. 담낭염, 란초낭종으로 앓고있는 신향자는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산중턱을 지날 무렵, 신향자는 온몸에 힘이 빠졌고 메스꺼워나다가 그 자리에서 쇼크하고말았다. 리완빈은 안해를 안아다 그늘밑에 눕히고 광천수로 얼굴을 씻겨주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신향자는 남편에게 물었다.

《홍군이 정말 이곳을 지나갔을가요?》

《지나갔을뿐만아니라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맨발로 지나갔다오.》

그날, 리완빈부부는 말거마리가 몸에 달라붙는 바람에 앉아 쉬지도 못하고 내처 10시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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