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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답사14]가슴속에서 뜨거운 난류가 굽이치다

편집/기자: [ 길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1-08-11 10:11:19 ] 클릭: [ ]

백절불굴의 사나이

―4갈래 홍군장정의 코스를 답사한 리완빈의 이야기

○ 김인덕

12월 초, 리완빈은 기세가 웅위한 진령산맥에 위치한 복우산(伏牛山)에 도착하였다. 길이가 400킬로메터인 복우산은 머리를 맞댄 봉우리들이 하늘을 찌르고 지세가 복잡하여 당지의 사람들도 길을 헛갈릴 때가 많은 고장이다.

홍군은 섬서성으로 진입하는 길목인 복우산에서 갖은 고생을 겪었다. 종횡으로 똬리를 뜬 복우산의 오솔길에서 길을 잃은것은 물론이요, 길에 잘못 들어서면 앞에서 가로막고 뒤에서 추격하는 국민당군의 그물망에 걸려 큰 손실을 볼수 있었다. 홍군은 행군을 잠시도 멈출수 없는 상황에서 급시우처럼 나타난 당지의 행상 진정헌(阵廷献)을 만났다. 진정헌은 20살 밖에 안되는 젊은 행상이지만 다년간 로씨현의 한 점포에서 잡역을 하면서 멜대로 짐을 메고 물건을 팔러 다니는 행상을 하였기에 부근의 마을을 무른 메주 밟듯 하여 이 부근의 지형지물에 대해 손금 보듯 알고있었다. 홍군은 진정헌의 안내를 받으며 며칠동안 복우산을 넘나들며 적들의 포위망을 뚫었다. 홍군은 진정헌과 헤여질 때 그에게 적지 않은 돈을 주었으나 그는 견결히 사절하였다. 하여 오헌선은 증명쪽지를 쓰고 쪽지 하단에 도장을 찍은뒤 진정헌에게 주었다. 진정헌은 홍군과 작별하고 돌아간뒤 국민당군에게 붙잡혀 사흘동안 갖은 고문을 당했다. 진정헌은 해방후, 현식품공사에서 일하다가 1984년에 사망하였다.

2007년 12월 중순, 리완빈은 로씨(卢氏)현성에 도착하였다. 리완빈은 진정헌의 묘를 찾아가는 길에 자료를 복사하려고 당교복사부에 들렀다. 거기에서 리완빈은 우연하게 현당위 당사연구실에서 일하는 연구원을 만났다. 리완빈은 그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 진정헌의 묘를 찾아가 참배하였다. 뼈속까지 파고드는 추운 겨울바람속에서 연구원의 해설을 듣는 리완빈의 눈에는 어느덧 이슬이 맺혔다. 리완빈은 전정헌의 묘비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이였다.

리완빈은 원래 진정헌의 묘를 참배한후 그자리로 로씨현성을 출발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런데 그날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고뿔에 걸려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거동할수조차 없었다. 리완빈에게 길안내를 해준 그 고마운 연구원은 리완빈을 도와 사흘동안 말을 거두어주었다.

2007년 1월 1일 오후 5시, 리완빈의 안해 신향자가 하남성과 산서성의 접경지대인 로씨현 관파(关坡)진에 도착하였다. 그 시간 리완빈은 관파진과 20킬로메터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저녁 7시에 리완빈은 안해가 있는 관파진에 도착하였다. 신향자는 이미 당지의 한 농가에 행장을 풀어놓고 리완빈을 기다리고있었다. 리완빈부부가 묵고있는 농가의 주인은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어릴 때 집의 어른한테서 들은바에 의하면 홍군이 당년에 할아버지네 집에 묵었다고 리완빈부부에게 말했다. 리완빈은 식사하면서 묽은 안개가 퍼지듯 땅거미가 내리는 바깥을 내다보면서 말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지 근심하였다. 겨울이라 말에게 풀을 먹일수도 없었다.

할아버지가 시원스럽게 리완빈의 근심을 털어주었다.

《젊은이 근심 말게. 내가 잠시 밖에 나가 말에게 먹이를 주겠으니 젊은이는 편안하게 식사나 하게.》

할아버지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식사도 채 마치지 않고 숟가락을 상에 놓고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반시간후 리완빈은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리완빈은 문을 나서자마자 사위를 둘러보았다. 집앞에는 새파랗게 싹이 돋은 밀밭이 무연하게 펼쳐져있었다. 저 멀리 할아버지와 말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우련히 보였다. 리완빈은 느린 걸음으로 할아버지한테로 향했다. 할아버지의 가까이에 다가가서야 리완빈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말에게 자신의 겨울밀을 뜯기고있었다. 리완빈은 황급히 다가가 말고삐를 낚아챘다.

《할아버지, 왜 한창 자라는 밀을 말에게 먹입니까?》

《젊은이 아까울것이 없네. 만약 홍군들이 피를 흘려 싸우지 않았더라면 어찌 오늘의 우리가 있었겠나. 당의 정책이 좋아 지금 농민들도 유족한 생활을 누린다네.》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리완빈의 가슴에선 뜨거운 난류가 굽이쳤다.

리완빈은 집에 돌아와 할아버지에게 돈을 드렸으나 할아버지는 오히려 노한 어투로 말씀했다.

《내가 돈을 받자고 말에게 밀을 먹였겠나. 객지에서 고생하는 젊은이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네. 홍군의 정신이 오래도록 보존되여야 우리의 농민들도 허리를 펴고 살수 있는것이 아니겠나.》

리완빈은 꽌퍼진에 있는 할아버지네 집에서 사흘 묵었다. 떠나던 날, 맘씨 고운 주인집 할아버지는 리완빈부부를 도와 안팎으로 드나들며 짐을 밖에 들어 내가고 말안장에 직접 짐을 실어주었다. 그런데 신향자가 오면서 짐이 많아져 말잔등에 모든 짐을 다 실을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택시를 불러다가 리완빈이 도착할 다음 목적지까지 실어다주겠다고 하였다. 리완빈이 택시비를 물려고 하자 할아버지는 극구 사양하면서 차문을 닫아버리고는 기사더러 시동을 걸고 출발하게 했다.

리완빈은 연도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매일 아침 출발할 때면 지나가는 자동차나 경운기를 세워 다음 목적지까지 실어달라고 부탁하면 어김없이 들어주었다. 그들중에는 닭이나 꽈배기를 경운기에 싣고 다니며 파는 장사군들도 있었다. 그들은 또한 통신원이기도 하였다. 리완빈부부가 다음 목적지에 도착하기도전에 짐을 맡긴 집의 주인이나 당지 정부일군들이 미리 마을밖에서 리완빈부부를 마중하였다. 향정부나 현, 시 정부에 도장을 맞으러 들르면 그들은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다음 목적지에 있는 정부부문에 련계하여 주숙도 해결해주었다. 참으로 고마운분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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