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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답사10]같은 길을 세번 걷다

편집/기자: [ 길신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1-07-06 09:53:11 ] 클릭: [ ]

백절불굴의 사나이

―4갈래 홍군장정의 코스를 답사한 리완빈의 이야기

○ 김인덕

운남려강옥룡산석림(유엔교육과학문화조직세계자연유산, 2008년)

2006년 4월 12일, 리완빈은 운남성 선위시 당당진(宣威市倘塘镇)경내에서 걷고있었다. 이날 저녁 5시에 리완빈보다 20킬로메터 떨어진 곳에서 행군하고있던 리아이더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리아이더가 덴트를 치고 밥을 짓던중 노트북이며 사진기가 들어있는 가방을 도적맞혔으니 돌아와 방조해달라는 사연이였다. 리완빈은 잠시도 지체할세라 택시에 올랐다. 리완빈은 리아이더를 만난후 자초지종을 료해하고나서 당지 공안국에 사건을 제보하였다. 사건이 중대한지라 선위시공안국에서는 전문조사조를 뭇고 사건해명에 달라붙었다. 경견의 도움으로 사건은 이내 해명되였다. 정신장애를 가진 당지 청년 륙충이 리아이더의 가방을 훔쳐다가 가방안에 들어있던 노트북이며 위성전화, 디지털사진기를 모두 돌멩이로 박살내버렸던것이다. 비록 잃어버린 물건을 쓸수 없게 되였지만 리아이더는 리완빈의 사심 없는 방조에 못내 감격해하면서 리완빈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그날, 리완빈과 리아이더는 함께 덴트에서 취침하였다. 이튿날 깨여나보니 리완빈은 손이며 얼굴이며 모기한테 물려 사처에 두드러기가 돋아났으나 리아이더는 한곳도 물리지 않았다. 리완빈은 모기가 먼 곳에서 온 국제주의전사를 알아보고 물지 않은것이라고 우스개를 했다.

4월초, 운남에 들어서니 봄기운이 완연하였다. 산야에는 꽃송이가 주먹만한 하얀 색갈, 진붉은 색갈의 두견화가 끝간데없이 흐드러지게 피여 눈뿌리를 끌었다. 연변의 진달래에 비해 두견화는 꽃송이가 탐스럽고 꽃나무가 빼곡하여 온 산야가 울긋불긋한 비단필을 펼친것 같았다. 청신한 꽃향기가 코를 찔러 기분이 상쾌하였다.

고만고만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 운남에 들어서면서 리완빈은 늘 길을 잃었다. 하루에도 여러번 길을 잃었는데 10리씩 헛걸음을 걸을 때가 비일비재했다. 그날도 점심무렵이 되여서야 리완빈은 길에 잘못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실 물은 언녕 굽이 난지 오래였다. 해는 정수리를 따갑게 비추고있었다. 리완빈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맥없이 길옆에 주저앉았다. 온몸은 물먹은 솜처럼 나른해지고 막막하기만 했다. 이때 마침 한 농부가 저쪽으로부터 걸어오고있었다. 리완빈은 구세주를 만난듯 농부에게 다가갔다.

《희생하기 직전입니다. 물이 있습니까?》

그 농부는 한병밖에 없는 물을 리완빈에게 내주었다.

《홍군이 지난 앞마을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합니까?》

농부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길에 잘못 들어서 앞마을로 가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아예 떠나온 마을로 되돌아가는것이 나을겁니다.》

농부는 되돌아가는 길을 가르쳐주겠다면서 앞에서 씨엉씨엉 걸었다. 풀숲을 헤치며 작은 산길로 한시간 가량 걸으니 산아래 밭에서 일하는 농부가 보였고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이 보였는데 바로 리완빈이 떠나온 마을이였다.

리완빈은 한시간동안 5킬로메터나 되는 길을 함께 걸어 길안내를 맡아준 그 농부가 너무나 고마왔다. 리완빈은 호주머니를 뒤져 50원짜리 인민페를 농부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농부는 극구 사양하였다. 농부가 돈을 받지 않으니 담배 한갑을 꺼내 농부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려 했으나 농부는 기어이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였다. 리완빈은 허름한 옷차림의 농부가 그렇게 돋보일수가 없었다. 리완빈은 농부의 뒤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떨구었다. 너무나 순박한 시골인심이였고 홍군에 대한 애정을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있는 당지농민들이였다.

리완빈은 반시간 더 걸어서야 산밑에서 일하는 농부를 만났다. 그런데 그 농부가 바로 어제밤 주숙을 정했던 농가집의 주인장일줄이야. 주인장은 리완빈을 보더니 뜻밖이라는듯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돌아왔습니까? 무얼 두고 갔습니까?》

리완빈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두견화에 정신에 팔려 길을 잃었습니다.》

리완빈은 주인장이 밭머리에 놓아둔 보온병을 통채로 입에다 가져다대고 꿀떡꿀떡 물을 마셨다. 꿀맛이 따로 없었다.

이튿날, 리완빈은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마치고 길을 떠났다. 이번엔 길을 잘 알아두었고 30공리밖에 되지 않는 길이라 해거름전에 목적지에 도착할것 같았다. 오전 11시쯤 되자 태양은 따갑게 정수리를 비쳤다. 이미 10킬로메터 걸은 리완빈은 좀 쉬였다 가더라도 무방할것이라 생각하고 길옆의 큰 나무에 기대여앉았다. 그런데 너무나 지친 리완빈은 잠간 쉰다는것이 그만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말았다. 밤 9시가 되자 산중에 구질구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리완빈은 차거운 비방울이 얼굴을 적셔서야 잠에서 화들 깨여났다. 비가 내리는 밤이라 사위는 칠흑처럼 어두웠다. 앞마을로 가려면 아직도 20킬로메터나 되는 길이 남았고 또 길도 잘 불간할수 없었기에 리완빈은 되돌아오는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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