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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취자, 우리는 누구인가(24)

편집/기자: [ 김태국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08-12-09 14:18:40 ] 클릭: [ ]

아직도 연변말을 쓰나?

지난해 12월 30일에 한국땅을 밟아서 올해 11월 23일 중국에 돌아왔으니 필자가 한국에 체류한 시간은 11개월가량 된다. 처음 도착했을 때 큰 매형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한국말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쳐지겠지 하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말씨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것은 아니였다. 첫 두달은 친척친구들을 만나고 또 그들을 통해서 방취자들을 만나다보니 대부분 중국조선족들을 만났기에 편한 우리 연변말을 사용하게 되였다. 조선소에 입사해서는 중국에서 얼굴 맞대고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 같이 일하다보니 한국말을 쓸 필요가 없이 그냥 연변말을 쓰게 되였는데 되려 함께 일하는 한국친구들이 우리 연변말을 배워서 사용할 정도였다.

SPP조선소에서 일할 때였다. 어느날 함께 일하는 장영태(49)씨가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문뜩 《왕청같은 말을 하니?》 이렇게 정색해서 말해서 배를 끌어안고 웃은적이 있다. 알아보니 장영태씨의 원룸을 세맡고있는 조선족분의 친구가 왕청에서 왔는데 둘이서 술을 마시거나 한담할 때면 늘 《왕청같은 말》이란 말을 많이 쓰기에 무슨 뜻이냐 물어서 우리한테 써먹었다는것. 그래서 왕청이란 우리 연변에 있는 현의 이름이고 이전에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연길에서 꽤 멀리 떨어져있는 시골이라 말말간에 엉뚱한 말이나 주제를 벗어난 말을 할때에 늘 《왕청같은 말을 한다》고 비꼬아 말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입에 올라 마치 성구나 속담처럼 쓰인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옆에서 듣던 한국친구들이 한마디 배웠다면서 너나없이 《왕청같은 말》을 써먹어서 며칠동안은 잘 웃었다.

우리가 좋다면서 함께 주숙을 했던 최병석씨는 부산대출신의 선비였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라고 남들이 깔보면 기분이 안좋았다고 했다. 다같은 한 민족이고 이런저런 력사사변이 없었더라면 혹 우리가 어려서부터 친구가 되였을거라는 말을 했을 때 참으로 감동을 받기도 하였다. 나와 같이 친구들의 모임장소에 갈 때면 꼭꼭 《우리 나라 사람인데 중국에서 사는 친구》라고 소개를 해주어서 서로간의 부담을 해소해주기도 했고 가담가담 우리와 같이 써먹던 《임마》, 《xx새끼》《일없소》 등 걸죽한 연변말을 써서 주위의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아마 멀리 떨어져서 서로간의 언어에도 생소한 점이 많았고 그만큼 언어장벽이 생긴것은 두말할것없이 너무나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아진다.

최병석씨가 우리한테서 배운 가장 비슷한 말은 《워 아이니》였다. 그는 그 말을 연변말로 착각했는지는 모르나 조선족을 만나면 의례 인사말로 《워 아이니》 하는데 남녀물론하고 정색하고 말해서 더구나 웃겼다.

그사이 로씨도 조선소에 있으면서 많은 한국인들과 교제하면서 연변에서는 들어도 보지 못한 절주 빠른 경상도사투리를 수없이 들었고 또 그 말들을 거의 다 알아들을수 있게 되였다. 내가 퇴사하고 중국에 돌아간다고 하니 형님벌되는 경상도치가 거짓말로 들리는지 《와이카노. 먼다꼬 이라노~》(왜 이래, 뭐할라고 이러는거냐?) 이러는데 중국에 있었더면 이런 말을 알아들을수 있었겠는가? 경상도 사람들이 쓰는 말을 들어보면 기실 중국에서도 많이 썼던 말들이 많다. 《학교》를 《핵교》라거나 《갈치》를 《칼치》라고 하는것을 보면 우리 말이란 결국 비슷하게 쓰는것이지 연변말이 다르고 서울말이 다르고 경상도 말이 다른것은 절대 아니다.

각설하고 추석에 서울에 올라와서 친척친구들을 만났는데 내가 그냥 연변말을 사용하는것이 좀 꺼림직한 모습들이였다. 왜서 그런지 리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나서 자라 이때까지 사용해온 연변말이 그렇게 촌스럽고 부끄럽단 말인가? 한국사람들은 내가 연변말을 사용한다고 비웃거나 못마땅해 한적은 한번도 없는데 왜서 만나서 반갑다고 연변사투리를 써가며 분위기를 만들려고 해도 우리 조선족은 되려 싫어할가?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듯도 했다. 연변말을 사용하면 인츰 중국조선족이라는게 들통나고 그러면 그들의 업수임을 받는다는것이다.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쓰이는 우리 말, 기실 세계 어느 나라 언어도 다를바 없다. 조선에서는 평양말을 표준어로 하고 한국에서는 서울말을 표준어로 하는데 우리 연변말은 남북의 언어를 골고루 다 섭렵하는외 또 자체로서의 독특한 언어규범을 가지고있다는게 특점이다. 바꾸어 말하면 남북 어데를 가도 연변말은 생소하지 않고 또 인츰 연변사람임을 나타낼수 있는외 자체로서의 표준어를 사용하기에 그다지 부끄러울게 없다는 말이다. 내가 내 표준어를 사용하는데 왜 부끄럽단 말인가? 그래 경상도나 전라도,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와서 구태여 서울말씨를 쓸 필요가 있겠는가? 또 서울사람이 평양에 가서 기어이 평양말을 써야 된다면 누가 평양에 가겠는가? 이미 입에 굳어진 억양과 늘 사용하던 단어들을 기어이 고쳐야 된다는 법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필자는 지방사투리나 우리 말을 연구하는 언어학자도 아닌 한 보통 방취자이다. 우리가 그 어느 나라에 가든지를 막론하고 지금 체류하고있는 나라의 각종 법률을 준수하는 전제하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명기하고 정당하게 행동한다면 연변말을 쓰든 평양말을 쓰든 서울말을 쓰든 그것이 구태여 어느 인간을 평가하는 표준으로는 절대 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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