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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야기 136]삶을 즐겁게 풀어낸 예술가―연출 기재(奇才) 최인호

편집/기자: [ 심영옥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21-05-25 13:37:34 ] 클릭: [ ]

〈털없는 개〉(리종훈, 김웅걸 작, 1991년), 〈헤톨부대〉(리광수 작, 1996년), 〈금개구리〉(김영, 최인호 합작, 1999년) 등 좋은 연극을 만들어 중국 조선족 연극 무대를 다채롭게 장식했던 연출가 최인호(1946년―2007년), 그는 ‘괴재(怪才)’, ‘기재(奇才)’로 불릴 만큼 인간사회의 힘들고 지친 삶을 특이한 재간과 방법으로 쉽고 즐겁게 풀어내며 연출가적 재능을 과시했다.

배우, 연출가 최인호.

최인호 연출이 농촌구락부, 룡정현문공단, 연변문예창작평론실을 거쳐 나중에 연변연극단의 전임 연출로 활동하면서 획득한 주급과 성급, 전국 연극상은 두루 합치면 50여건도 넘는다. 그중 가장 묵직한 상은 1992년, 2002년에 각각 받아안은 문화부 ‘신극목상’과 전국연극연구회 ‘금사자연출상’이다. 2005년부터는 국무원의 ‘특수수당금’을 향수하면서 명실상부한 국가급 전문가 행렬에 들어섰다.

타고난 연극 ‘기재’

겨우 초중 학력인 최인호 연출은 15세 때부터 연극에 맛을 들인 후로 장장 46년을 연극에 심취되여 오롯이 연극예술의 외길만을 고집해왔다. 그 길고 긴 연극 인생의 길에 어찌 고초가 없었으련만 그는 마냥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자세로 인생과 연극을 대했다. 지어는 주위 사람들에게 당혹감을 줄 만큼 그의 몸에는 해학과 익살이 배여있었다.

가무 <상년 적비> 무용배우로(연길현문공단 공연, 1972년).

연변연극단 시절 10여년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온 필자는 어느 날 뜻밖에 최인호 연출이 쓴 글에 받침과 띄여쓰기가 없는 걸 발견했다. 아니 어쩜! 하도 유머스럽고 친화력이 있는 분이라 익살이랍시고 새침하게 말을 걸었다.

“최연출님, 연출님의 글은 어느 나라 글입니까? 받침과 띄여쓰기는 어디로 출장 갔어요?”

“세종대왕이 번거롭게 받침과 띄여쓰기를 창제한 걸 내가 편리하게 수개했지. ‘최종대왕’표 한글이라오. 어여삐 여겨주소서.”

요절복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받침과 띄여쓰기가 없은들 어떠랴. 작가들 말속의 숨은 뜻을 낚시군이 고기 잡듯이 속속들이 솎아내고 검불 속에서 낟알을 골라내듯이 아마츄어 작가들의 작품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심심찮게 골라내며 엉성한 연기로 주춤거리는 배우들을 리드하여 스타로 키워내고 한부 또 한부의 희극 걸작으로 수많은 관객들을 배꼽 잡게 하는 걸 보면서 필자는 최인호 연출이야말로 우리 동시대의 ‘기재’요, ‘괴재’라고 내심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고 보면 최인호 연출의 ‘괴’와 ‘기’는 온몸에 그리고 생활의 이모저모에 다분히 배여있다. 언젠가 무용수인 부인이 무용 콩쿠르 참가 차 북경에 다녀오느라 한주일간 집을 비운 적이 있었다. 부인이 돌아올 때가 되자 아들은 집안을 치우고 닦느라 부산을 떨었다. 워낙 깔끔하고 결벽증 있는 어머니한테 야단을 맞을가봐서였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버지 최인호가 갑자기 침대 우에 곱게 개여져있는 이불을 마구 꾸겨서는 되는 대로 처박아버리고 옷가지들도 여기저기에 흘려놓았다. 아버지의 거동에 아들은 눈이 휘둥그래졌고 그런 아들에게 최인호는 은근 슬쩍 너스레를 떨었다.

 
1979 연극 <춘향전> 방자 역, 부연출(연출 김수룡).

“우리가 집을 너무 깨끗이 청소해봐라. 네 엄마가 내가 집에 없어도 다들 넘 잘 지내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거 아니니? 그럼 니 엄마 사기 떨어지고 살맛 없어서 요 집에서 어찌 즐겁게 살겠니.”

아들이 아직도 어리둥절해있는데 때마침 그 부인이 집에 들어서면서 하는 말.

“에그, 이 집은 내가 없으면 영 사람 사는 곳이 아니란데!”

그러면서 아들과 남편을 째려보고는 팔을 썩 걷어붙이고 청소에 나서는데 얼굴에는 가족의 보스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 그리고 행복감이 출렁이였다. ‘깜짝 연출’에 성공한 최인호 연출가는 보란듯이 아들에게 눈을 쫑긋하고 혀를 홀랑 내밀었다. 이는 바로 연출 ‘괴재’요 ‘기재’인 최인호만의 특별한 애정 표현 방식이였던 것이다.

그의 이 같은 특이한 기질은 연극 창조에서도 남김없이 보여진다.

최인호 연출은 기발한 상상력과 엉뚱한 창의력, 그리고 다함없는 열정과 끈질긴 의지로 자신의 연극 인생을 디자인하고 또 그 길을 드팀없이 걸어가면서 연극 연출가로서의 자신만의 특유한 개성과 자질을 모든 작품에 각인시켰다. 그의 연극은 삶과 죽음, 꿈과 생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깊고 무게감 있는 진지한 제재보다는 오히려 고단하고 지친 일상 속에 숨겨진 쪼각쪼각의 즐거움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희극으로 풀어내서 백성들에게 웃음과 기쁨을 선물하고저 하는 연극인의 애잔한 사랑이 묻어있다. 그래서 그의 연극은 언제나 재미가 넘치는 이야기줄거리와 미끈하고 류창한 흐름새, 탁월한 언어적 감각과 익살스러운 움직임으로 관통되여있다.

최인호의 연극적 ‘괴’와 ‘기’는 바로 희곡에 표현된 백성들의 고단한 삶 속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지혜, 그 ‘즐거움’을 유머스럽게 해석하는 지혜, 그 해석을 재미 있게 표현해내는 지혜에 아우러져있다.

삶에서 ‘유머’와 ‘즐거움’을 찾다

1991년 3월 <털없는 개> 연출을 맡다.

연출가의 작업은 작품 선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어떤 희곡으로 연극을 만들 것인가? 어떤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줄 것인가? 이것이 연출가의 첫째로 되는 고민거리이다. 자신의 삶으로부터 얻어진 세계관, 인생관, 무대에 대한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과 특징에 따라 연출가는 자기에게 합당한 희곡을 찾아내고 선정한다. 최인호에게는 언제나 현실 삶을 중요시하고 주변의 상황에서 연극적 소재를 찾아내며 그것을 무대화하여 표현하려는 강렬한 념원과 넘치는 에너지가 있었다. 현대 진행형의 삶이 반영된 창작극, 이것이 바로 최인호의 작품 선정의 첫번째 표준이라면 두번째 표준은 바로 삶을 위해 버둥거리는 백성들의 생활과 그 고된 삶 속에 ‘즐거움’이 엿보이는 희곡이다. 조금은 분별없어보이는 그 ‘즐거움’ 속에 유머가 넘치고 선의의 풍자와 익살이 예쁘게 찍혀있다고 그는 단정한다. 그 다음은 언어에 대한 자신의 지꿎은 고집을 만족시킬 수 있는 희곡 즉 반드시 연변지역의 독특한 사투리와 구수한 속담, 성구가 많이 구사된 작품이다.

그 표준에 맞추어 발견되고 선정된 희곡들을 꼽아보면 김훈의 경희극 〈웃음거리 시름거리〉(1982년), 〈울고 웃는 사람들〉(1984년), 박선석의 소설을 개편한 〈털없는 개〉(1991), 최인호의 창작물 〈총각별동대〉(1992), 리광수 작 〈헤톨부대〉(1996), 허련순 작 〈과부골목〉(1997), 김영, 최인호 합작으로 된 〈금개구리〉(1999) 등등이다.

이는 모두 창작극으로서 욕망의 모든 것, 꿈의 모든 것을 이룩하기 위해 고되고 지친 삶을 영위해가는 백성들의 애환을 담고 있으며 연변지역의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들은 모두 연출가 최인호가 예리한 연극적 안목으로 희곡 작품에 얼기설기 꼬여있는 이야기 속에서 고된 삶의 윤활제인 ‘유머’와 ‘즐거움’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웃음으로 풀어낸 걸작이다.

〈털없는 개〉의 경우 개혁개방과 시장경제하에서 물질 만능, 금전 만능의 유혹과 집념은 주인공 성구로 하여금 ‘털 있는 개’를 ‘털없는 개’로 변신시키게 한다. 과년한 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부담, 백수로 빈둥거리는 아들을 먹여살릴 걱정으로 이들 백성들의 삶은 언제나 힘들고 고달프기만 하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희망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신문을 통해 얻은 돈벌이 정보였다. 구보가 떼돈을 번다는 정보! 털없는 개 배속에 구보가 있으니 구보 있는 개는 털이 없고 숨이 가빠하고 눈이 빨갛고 물을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구보가 있는 개를 만드는 작업은 ‘즐거움’ 그 자체이고 그 ‘털없는 개’를 팔고 사는 과정이야말로 뿌듯한 ‘즐거움’이였다. 탈모사(털 빠지는 약)로 개털을 죄다 뽑아버리고 짜디짠 이면수 대가리를 한대야씩이나 먹이고 나니 개는 물을 너무 많이 들이켜서 숨이 가빠지고 잠도 못 자서 눈알이 빨개졌다. 이렇게 ‘털 있는 개’가 ‘털없는 개’로 둔갑하여 사돈에게 팔려가고 가짜 ‘털없는 개’라는 사연을 알게 된 사돈은 다시금 또 그 개를 팔아버리는데 방정맞게도 사돈총각에게 되팔려져서 임자한테로 돌아온다.

1992년 8월 <총각별동대> 창작, 연출(방미선 합동연출).

‘유머’와 ‘즐거움’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 희한한 사건은 사돈보기를 하는 날, 처녀의 머리가 뜻밖에 탈모사에 의해 빡빡 중머리가 되고 시아버지가 될 사돈령감은 “이 집은 개도 가짜요, 처녀도 가짜네.” 하며 혼인까지 파탄시키려고 뗑뗑거리는데 개를 사갔던 사돈총각의 무차별 적발에 의해 ‘털없는 개’를 고가로 되넘겨 판 일이 탄로난다. 두 사돈간은 서로가 ‘검정고양이 얼룩고양이 흉을 본’ 신세가 되여버리면서 연극의 즐거움과 재미는 절정에 이른다.

이렇듯 최인호 연출은 자신만의 독특한 지혜로 〈털없는 개〉의 ‘즐거움’과 ‘유머’를 찾아냈고 공연을 성공에로 이끌어갔다. 그는 모든 작품에서 그 어떤 중대한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데 급급해하지 않고 다만 편안한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데 모를 박으며 웃음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에 보다 큰 품을 넣는다.

인간의 본능적인 탐욕을 선의의 해학과 풍자로 일깨우고 재기 넘치는 익살과 푸념이 잘 반죽된 ‘극적 즐거움’을 찾아내는 지혜는 어느 연출가에게나 다 있는 게 아니다. 백성들의 삶에 대한 의문과 질문을 관심하고 그들의 애환을 동정하는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또 뼈속에 스며있는 뛰여난 유머 감각이 있는 연출가만이 가지고 있는 지혜가 아닌가 싶다.

배우의 재주는 무대 우에서의 ‘절제’

 
최인호가 연출을 맡은 연극 <헤톨부대>의 한 장면(1996년 12월)

연출의 기능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극작가가 쓴 희곡을 연출가 자신의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작가는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중심인물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 인물형상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에서 작가가 얻으려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등등.

따라서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리해하고 드러내면서도 연출가 자신의 개성이 무시되지 않도록 작품을 잘 해석해내고 또한 관객들의 연극적인 흥미를 충분히 유발시키는 재능은 연출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작품 해석은 리론적인 해석과 공연에 가동되는 모든 요소들, 특히는 무대적 조건에 대응해서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에 대한 해석으로 나뉘여진다. 해석이라고 하면 왕왕 리론적인 틀에 얽매여 관념적이 되는 경우가 있고 리론과 실천이 대치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실천성이 극히 강한 연극예술 창조에서 리론적으로 아무리 해석이 잘돼도 무대에서는 잘 체현되지 않는 게 연출가의 대체적인 고뇌이다. 그러나 최인호 연출가의 경우 이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 하면 최인호 연출에게는 희곡을 언제나 자신의 독특한 개성으로 분석하고 그 어떤 경우에도 리론만을 앞세우지 않고 리론과 실천을 확고히 결합시키는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의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희곡 작품이 련습장으로 가기까지 최인호 연출은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또 읽고 수개하고 또 수개한다. 그리고 작가와 동료 연출가들의 의견과 건의를 열심히 경청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머리 속에서 작품에 대한 해석이 조리정연하게 풀이된다. 특히 인물에 대한 해석과 구상은 놀랄 만치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정리된다. 대사에 대한 요구도 순서별로 줄이 세워져있으며 무대에 대한 요구도 이것 저것 잘 계획되여있어 스탭진과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합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둔다. 다만 이런 것들이 그냥 받침이 없이 적혀있고 띄여쓰기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에 질서없이 씌여있을 뿐인데 다행스럽게도 필자는 용하게도 그 글씨들을 잘 판독해서(연변연극단에서 최인호의 글씨를 알아보는 유일한 사람) 어떤 때는 비서로 등용되기도 하였다.

작품 해석에 있어서 최인호 연출은 인물 해석에 각별히 신경을 도사린다. 극중 인물이 인간의 언어를 말하고 인간의 반응을 구체화한다고는 하지만 필경 실제 인간과는 동일하지 않다. 극중 인물은 작가가 인생을 관찰하고 집중, 승화시키고 미감을 부여하여 취사선택한 예술형상으로서 배우를 통해 모방되고 창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극중 인물에 대한 연구가 립체적이지 못할 때 작품의 성공 가능성은 약화된다.

 
소품 <첫날 이불>에 배우 김정자와 함께 출연

희극 인물 창조에 있어서 연극배우는 웃음을 인위적으로 애써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무대 우의 희극적 상황에 순식간에 몰입해야 한다는 것이 최인호 연출의 해석의 진수이다. 그는 극의 전개에 따라 웃음이 폭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일지라도 인물의 연기가 억제되여있지 않으면 그 웃음의 맛이 약해지고 값어치가 떨어진다면서 배우의 재주는 곧바로 ‘절제’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최인호 연출은 희극적 주인공을 살려냄에 있어서 인물의 삶이 고단한 것은 세상사가 어려워서라기보다 흔히는 도끼를 들어 제 발등을 까는 유치함이 그 씨앗이 되고 남한테 속아서라기보다 남을 속여먹으려는 탐욕이 그 바탕이 된다고 해석한다. 바로 그와 같은 씨앗과 바탕이 희극 인물의 허황함과 황당함이고 인물의 기조(基調)가 되는 것임을 설명한다. 그리하여 배우들로 하여금 인물 개성의 틀을 옳바르게 잡을 수 있게끔 이끌어주고 조언을 하는데 여기서 최인호 연출의 해석은 리론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희극 이상으로 재미 있고 형상적이다.

인물이 살아야 연극이 살고 연극이 살려면 인물형상이 개성적이고 살쪄야 한다는 것을 그는 루루이 강조한다. 인물은 어디까지나 극중 인물의 개성이여야 하고 군살이 너무 많으면 인물형상의 한계가 초래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열심히 강조한다. 최인호 연출의 희극이 전국의 조선족을 요절할 정도로 웃기고 한족들까지 놀라게 한 것은 바로 그만의 ‘괴’자, ‘기’자 해석의 지혜가 한몫을 크게 담당하지 않았을가 생각한다.

인간사가 절망적일지라도 ‘즐겁게’ 웃어라

즐거움을 애써 발견하는 것도 표현을 위함이요, 해석을 열심히 하는 것도 표현을 위함이다. 무대를 통한 연극적 표현, 무대에서 배우가 분출하는 연기적 힘과 객석에서 조응하는 관객의 신명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야말로 연출가들이 공략해야 할 제일 마지막 보루이다. 연극에 대한 최인호 연출의 광분에 가까운 열애와 관심, 그리고 긴 세월 동안 끈덕지게 추구해온 그의 특이한 연출 방식은 최종적으로는 역시 연출적 표현을 위해서이다. 무대 표현의 시각적 요소인 장치, 의상, 분장, 소품으로부터 청각적 요소인 음악과 음향에 이르기까지 특히 극중 인물의 개성적인 형상을 통해서 인간의 욕망과 희망 지어는 절망까지도 즐겁게 웃음으로 풀어나가고 싶은 게 최인호 연출의 연극예술에 대한 욕심이였고 연극적 표현의 리상이였다.

 
제자 리옥희와 함께

최인호 연출의 연극에는 언제나 생생하고 구체적이고 재미 있는 삶이 녹아있었다. 〈털없는 개〉, 〈총각별동대〉, 〈금개구리〉, 〈헤톨부대〉 등 연극은 실로 폭소 대잔치이다. 극중 인물은 거개가 가진 것 없이 모대기며 살아가는 허약한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의 고달픔, 슬픔, 아픔, 희망, 욕망, 절망이 모두 웃음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새김질할수록 우러나는 구수함, 참을수록 터져나오는 웃음, 되새길수록 새록새록 새로운 맛을 떠올리는 연극적 재미와 즐거움은 최인호 연출과 같은 ‘괴재’나 ‘기재’가 아니고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 어떤 희곡을 마주하고도 최인호 연출은 무대의 현란함이나 허황한 멋에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저 멀리 병풍처럼 보이는 산과 들을 배경으로 매캐한 벼짚 냄새가 풍길 듯한 초가집, 새파란 페인트칠을 한  창문 달린 빨간 벽돌집, 그 곳이 바로 그의 연극의 터밭이다. 초가집 부엌에 잘 자리 잡은 윤기 나는 까만 솥, 흰 행주를 당그랗게 올려놓은 가마뚜껑을 열면 언제나 곰삭은 썩장이 진한 내음을 확 뿜어낼 것만 같고 벽돌집의 노오란 구들은 시골의 따뜻함이 숨쉬는 듯하다. 그 곳에서 움직이고 있는 배우들은 저마다 동네집 아저씨같고 아줌마같고 어디서 만나본 듯한 얼굴의 나그네들인 것이다. 특히 최인호 연극의 언어적 표현의 풍부함과 토속적인 감칠맛은 연변 연극 력사에서 그 어느 연출가에게서도 그 류례를 찾아볼 수 없다.

15세에 연극에 입문하여 장장 46년 동안 중국 조선족들에게 수많은 훌륭한 연극을 선물한 최인호 연출은 2007년 10월에 뇌일혈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다. 최인호 연출의 발견의 지혜, 해석의 지혜, 표현의 지혜의 결정체인 수많은 희극 걸작들, 이제 그의 연극 작품은 중국 조선족 연극 력사의 보귀한 유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글 방미선/편집 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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