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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연변추억6] "녀성들은 절반 하늘을 받친다"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8-08-23 10:03:32 ] 클릭: [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6

명절이면 치마저고리 떨쳐입고 즐겁게 춤추고 노래하는 연변조선족녀성들

1985년 9월 3일에 쓴 오오무라 아키코녀사의 일기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숙소 주위가 벅적였다. 옆집에 사는 원 연변대학 교장 박선생이 벌써 정원 꽃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우리와 같은 숙소에 살고 있는 미국인 영어선생인 미란씨도 2층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오오무라부인님, 오늘은 명절입니다. 그래서 대학교 수업은 휴식이구요. 너무 좋아요. 오후에 공원에 산보하러 같이 나가요.” 하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오늘은 9월 3일, 우리가 처음으로 맞는 연변조선족자치주창립기념일 9.3이다!

오후 미란강사네 부부와 넷이 연길인민공원에 갔다. 젊은이들도, 로인들도, 아이들도 가지각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화려한 모습으로 공원에 모여있었다. 거의 모든 녀성들이 흥겨운 새장구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대부분 남성들은 춤추는 녀성들과 좀 떨어진 나무그늘 밑에 빙 둘러앉아 심드렁하니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주 가끔 북을 두드리면서 녀성들의 춤행렬로 다가오는 남성들도 있었다.

9.3은 녀성들의 명절인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사회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집에서 있었던 남편과의 갈등도 다 잊은듯 지칠 줄을 모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녀들의 그 에네르기는 어디에서 오는 걸가…

가정에서 작식준비를 하고있는 연변조선족녀성의 모습

문뜩 이 나라의 모택동 주석이 한 “녀성은 하늘의 절반을 받친다”(妇女能顶半边天) 라는 말이 떠올랐다. 10대 후반에 처음으로 알게 된 이 말이 50대에 들어선 오늘의 나한테도 삶의 지침으로 되고 있다고 말할수 있다. 오늘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느낀 것 같아서 감격스럽다.

나의 엄마가 살아온 시대를 돌이켜보면 조선민족의 전통으로 내려온 부부사이, 부모자식사이는 절대복종의 관계였다. 게다가 나는 량처현모(良妻賢母)를 미덕으로 하는 일본에서 태여나 일본인의 안해로 되였다. 나는 가끔, 우리 부부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오래된 량처현모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닐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녀성은 하늘의 절반을 받친다”의 주인공, 그 긍지를 연변의 녀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이어가는 걸가…

연변조선족녀성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오오무라 마스오(오른쪽)교수

바로 그 때로부터 9.3이라는 말을 하면 연변의 한복차림의 녀자들 모습이 떠오른다는 아키코녀사이다. 우리 민족의 민요를 구성지게 부르는 모습들, 큰 소리로 당차게 우리말로 소통을 하는 모습들, 어디서나 구속없이 아름다운 민족옷차림을 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조선족녀성들이 부러웠다고 한다.

밖에서는 훌륭한 사회인이고 집안에서는 가사를 도맡아하는 알뜰한 가정주부인 부지런한 연변의 조선족 녀자들은 '절반의 하늘을 받친다' 에 손색이 없는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고 오오무라 아키코녀사는 이야기했다.

'녀성은 절반하늘'이라고 간략하여 말하는 나에게 기어이 '받친다'를 넣어서 제대로 표현하라고 하는 아키코녀사를 보면서 한 평범한 일본인 녀성에게 준 이 한마디 어록의 영향력과 그녀 마음속 조선족녀성들의 외유내강의 정신과 존경스런 이미지를 재삼 느끼게 되였다.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본문의 기사와 사진은 길림신문과 저자의 허락 없이는 무단전재, 배포할수 없습니다)

아키코씨의 당시 추억을 담은 연변의 사진들

녀성들과 함께 춤추고 있는 저명한 시인 김성휘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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