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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상기13]자식 뒤바라지에 빈털터리가 된 량스푸

편집/기자: [ 안상근 ] 원고래원: [ 길림신문 ] 발표시간: [ 2017-12-11 10:58:20 ] 클릭: [ ]

우리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량씨는 일본에 온지 10년째 되는 한족 료리사이다. 어느 날 그가 찾아와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장가 보내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어요”

18살 때부터 료리를 배웠다는 량씨는 일본어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다. 갓 마흔살에 접어들면서 일본에 오게 된 그는 몇년이 지나도록 인사 정도의 일본어 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평소에 그가 늘 하는 말이다.

“학력이 없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돈을 벌어야 자식한테 좋은 부모가 되겠죠?!”

마치 일하는 것이 취미인듯 식당 두곳을 다니면서 열심히 돈을 번 그들 부부는 고향사람들도 일부러 온다는 일본의 온천관광 한번 가지 않고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러던 어느 날 큰길 어구에서 경찰한테서 조사를 받고 있는 그를 보게 되였다. 나는 전혀 일본어를 모르는 그가 걱정이 되여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았다.

거리나 역에서 종종 있게 되는 신분조사였다.

회사가 어디냐고 묻는 경찰의 물음에 그가 하는 대답을 듣고 나는 그만 폭소를 터뜨릴 번 했다. 가이샤(会社)라는 일본어를 알아들은 량씨는 한참 더듬거리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오하요 (아침인사) ~시약쇼(시청)데스, 곤방와 (저녁인사) ~ 온센(온천)데스.”

낮에는 시청안의 구내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온천시설에서 일했던 그는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일어단어를 다 동원하여 자기 신분을 설명했다. “오하요~”라는 아침인사를 “오전”으로 대체했고 “곤방와~”라는 저녁인사를 밤으로 대체했다. 너무 다행인 것은 경찰이 그의 말뜻을 깨달았다는 점이였다. 어딘가 서글픈 장면이였다.

그렇게 언어가 통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눈치와 센스로 열심히 일하면서 차츰 일본생활에 적응하게 된 요즘에는 드문드문 외식도 하고 휴일에 취미생활인 낚시질도 하면서 여유롭게 보내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고향의 년로한 부모님들 곁에 두고 왔던 아들이 한달전에 결혼했던 것이다.

집, 자가용, 주차장까지 부모 몫으로 견적이 나왔고 일본에 와있다는 리유, 아들을 자기 손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묵묵히 그 몫을 감당한 량씨네 부부였다. 결혼식을 치르고 나니 남은 것이 두 주먹 밖에 없다는 량스푸였다. 로후보장도 없는 그들 부부가 새파랗게 젊은 아들결혼에 기둥뿌리를 뽑은 식으로 돼 버린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부모자식간에 존재하는 일본인들의 담백한 관계선을 일본에 온 우리만 배워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력사회인 일본의 교육열은 중국, 한국과 별로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 다행히 소학교와 중학교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명문사립학교에 보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특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무사히 중학교까지는 나올 수 있다.

부모의 가치관과 자식의 현황, 가정형편에 따라서 수험(受験)의 여부는 각기 다르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자식을 대학에까지 보내는 것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학까지의 모든 교육비용을 부모가 담당하는 것은 응당하며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대출이라는 제도도 존재한다. 외자식을 바라지 않는 일본인들은 교육비용 때문에 계획적으로 3년 차이의 자식들을 낳으면 제일 리상적이라고 한다.

학비, 교통비를 비롯한 학교에서의 비용을 전부담하는 부모한테 소비돈만은 의탁하지 않기 위해 고중부터 조금씩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부모 돈으로 려행을 가거나 사치를 누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이미 형성된 기풍이 아이들 속에 존재한다.

부모는 원칙상 자식을 무난하게 사회에 진출시키는 것까지 부담한다. 20살 성인이 되는 시기와 동시에 운전면허증 시험을 치는 것이 보통인데 대부분 부모들이 그 비용까지는 담당해야 한다고 여긴다.

일본에서 결혼비용은 결혼하는 사람의 몫이다. 남녀 쌍방 본인들이 결혼비용을 절반씩 부담하며 부모는 축의금을 형편에 따라 내는 것일 뿐이다. 집을 장만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후 몇년씩 돈을 모아서 집을 장만하는 것이 보통이고 부모는 형편에 따라 지원을 해줄 뿐이다. 형편에 맞추어 결혼식을 아직 올리지 못하였다거나 잠시 세집에서 산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취직을 한 후에는 진정한 의미로 부모한테서 자립하는 것이 응당한 일이고 부모 역시 자식에게 의탁하지 않고 자립된 로후대책을 마련하는것이 당연한 일이다. ‘상대에게 페를 끼치지 말자’라는 일본인들의 인간관계의 원칙이 알게 모르게 부모자식 사이에도 존재하는 것이다.

“마음을 모질게 먹다”라는 의미의 일본속담 (心を鬼にする)을 직역하면 “마음을 귀신으로 만들다”이다. 밥이 되든 죽이 되든 자식들이 제 힘으로 살 수 있도록 자식을 위한 부모의 한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며 자식에게서 졸업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일본에서 자식을 키운 것이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길림신문 일본특파원 리홍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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